7일 예고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김건희 여사 논란을 풀기 위한 해법에 이견이 감지됐다.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한 상징적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 친한동훈(친한)계는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전면 중단'까지 거론했다. 이에 친윤석열(친윤)계는 "대통령 배우자로서 수행해야 할 공적 책무가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친한계 핵심인 장동혁 최고위원은 6일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말하는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은 '전면적 중단'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외교 활동 중단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것이 지금의 민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장 최고위원은 "외교 관례에 따라 꼭 필요한 외교 무대에는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 않은 경우 참석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통령 부부의 '국빈 방문'에 준하는 일정을 제외하고는 외교 활동도 중단하는 게 맞다는 취지다.
국내 활동 중단과 대통령실 내 제2부속실 설치 등으로는 국면 전환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이 "내조만 하겠다는 대선 시절 약속으로 돌아가면 모든 게 끝이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 직전 김 여사가 고개를 숙였을 때보다 더 강도 높은 변화의 모습이 보여야 여론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여사가 당장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불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여사의 해외 순방 동행 여부는 오로지 외교의 격이나 현지에서 이뤄지는 외교 일정 등을 상세히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모두 사실로 전제하고 영부인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일까지 막는다면, 대통령 외교 일정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 정치 문제가 외교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영부인의 외교 활동을 정치적 문제와 결부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병제 경남대 초빙석좌교수는 "한번 영부인의 해외 순방을 금지하면 관례가 될 수도 있다"면서 "해외 행사라도 공식적인 영부인 의전이 없을 경우 스스로 안 가는 방식이 좋지, 정치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외교부 고위직 출신 여권 관계자는 "외국에서 정상이 올 때 우리 영부인이 외국 영부인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해 주는 게 필요하다"면서 "우리 정상이 외국에 나갈 때나 다수 정상이 참석하는 다자 외교 때, 상대국 상황에 따라 영부인이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당 중진들도 이날 윤 대통령에게 '변화와 쇄신'을 주문했다. 한동훈 대표와 5·6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가진 뒤 "내일 대통령 담화가 국민에 겸허한 자세로 변화와 쇄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친한계 6선 조경태 의원은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도 있었다"며 "현재 민심하고 좀 다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 한 대표와 당권 경쟁을 했던 5선 나경원 의원은 모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기다려야 할 때"라며 "제언으로 포장되는 압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사실상 한 대표를 향한 견제에 더 힘을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