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다진 한미일 3각 공조, 트럼프가 줄 끊으면 각자도생

입력
2024.11.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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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아온 스트롱맨, 요동치는 한반도
'거래' 중심 외교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자
일본 이시바 정권도 선거 참패
한미동맹·한미일 안보협력 이대로 쇠퇴?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 성과를 뭉개는 일이다. 이 경우 2인 3각으로 함께 뛰던 한미일이 과거처럼 한미, 미일로 나뉘어 미국만 바라보는 관계로 바뀔 수도 있다.

한미일 3국을 묶은 건 '동맹의 가치'였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지난해 4월 워싱턴 선언과 8월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3국은 대북 '확장억제'를 골간으로 한데 묶였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공동의 이해관계로 뭉친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분야 최대 치적으로 꼽을 정도다.

하지만 트럼프 변수로 상황이 급변했다. 가치를 앞세운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동맹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 외교도 거래수단일 뿐이다. 당연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게 먼저다. 트럼프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성과를 낸다면 미국과 한일 양국의 공조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자연히 바이든 정부에서 맺은 한미일 3국의 각종 합의가 눈에 거슬릴 수 있다. 받아내야 할 것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불공정 거래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 지도자의 리더십 불안도 문제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은 낮은 지지율과 가중되는 여론의 불신에 외교정책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 또한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곧 물러난다. 의회까지 장악한 트럼프를 제외하면 한일 양국 모두 3국 협력에 나설 국내 기반이 취약하다.

반면 우리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미동맹의 틀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한미동맹과 한미일 3각협력은 초당적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가령 유력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우 최근까지도 공개행사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미동맹을 옹호해왔다.

정부는 철저한 사전 준비도 강조한다. 지난해 초부터 미 대선 과정 전반에 걸쳐 트럼프 주변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했고, 한국이 한미동맹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사전정지 작업을 지속해왔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7일 "만난 인사 대다수가 한미일 협력 강화에 긍정적이었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가 비록 바이든의 유산이지만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가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중국 견제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도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동맹·우방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8년 미 국가안보회의(NSC) 주도로 작성한 비밀문서(2021년 공개)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 일본 호주의 역량 강화를 목표로 세웠다. 트럼프에게도 한국과 일본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자신이 중심에 서는 것을 좋아하는 트럼프의 성격을 역이용할 수 있다"며 "한미동맹에 관한 접근법에서 바이든을 지우고 트럼프의 브랜드로 포장해 실리는 챙기는 영리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