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동률"이라더니 결과는 트럼프 싹쓸이... 여론조사, 왜 또 빗나갔나

입력
2024.11.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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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시대]
접전 예측 불구 모든 경합주 트럼프 우세
지난 두 차례 대선 '데자뷔'... 조사 또 틀려


전례 없는 예측불허 선거로 평가됐다. 조사하는 기관마다 7대 경합주(州) 예측 결과가 달랐고, 그마저도 거의 모든 조사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격차는 통계적으로 무의미한 오차범위 내였다. 선거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들은 승부를 결정 지을 경합주 7곳 모두 "사실상의 동률"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워낙 초접전이어서 승자가 확정되기까지 최장 13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선거 이튿날인 6일(현지시간) 트럼프는 경합주 7곳 모두에서 해리스를 앞서며 당선을 확정했다. 득표율 차이도 여론조사 예측보다 컸다. 지난 두 차례 대선 예측에 완전히 실패해 망신을 샀던, 그래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조사 방식 등을 대폭 손질했다던 여론조사가 또다시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여론조사 평균은 "7곳 중 4곳 해리스 우세"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 7월 말부터 이달 3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들의 평균값을 집계한 결과 경합주 7곳 가운데 트럼프가 이기는 것으로 나온 곳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3개 주뿐이었다. WP는 "모든 경합주가 ±3.5%포인트의 오차범위 내에 있다"면서도 "해리스가 7곳 중 4곳에서 리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표 결과는 그러나 여론조사의 정반대나 다름없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여론조사 평균은 트럼프가 1%포인트 차 이내의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가리켰으나, 개표 결과 트럼프가 해리스와 3%포인트 넘게 차이를 벌리며 격전지 중 가장 먼저 승기를 잡았다.

선거 전날인 4일 발표된 더힐·에머슨대의 여론조사와 3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 조사는 두 후보의 '펜실베이니아 초접전'을 공통적으로 점쳤다. 그러나 개표 결과 트럼프는 2.5%포인트 차이 안정적 승리를 거뒀다.


"이번엔 찾는다"던 샤이 트럼프, 또 못 잡은 듯

여론조사가 이처럼 크게 틀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트럼프가 후보로 나섰던 2020년 대선에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7.2%포인트 차로 앞선다고 봤으나, 실제 득표율 차이는 4.5%포인트였다. 2016년에는 아예 승자 예측조차 실패했다. 대부분 기관들이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트럼프가 선거인단을 74명이나 더 확보하며 백악관에 입성했다.

연이은 예측 실패의 주된 요인은 트럼프 지지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샤이 트럼프'를 잡아내지 못한 것이 지목됐다. 기관들은 세 번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조사에 전화 대신 우편이나 문자 메시지처럼 다양한 접촉 수단을 활용하고, 학력이나 과거 지지 후보 등을 파악해 가중치를 주는 식으로 트럼프 지지자 누락을 방지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올해 선거 역시 여론조사들은 트럼프 승리를 예측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를 포착해내는 데 실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선거 전 일부 선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WP는 4일 "모든 경합주가 오차범위 내에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실제 결과가 현재 여론조사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한 후보가 경합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와도 놀라지 말라"고 전했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마치 짠 듯이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나오는 건 어쩌면 모두 같은 것을 놓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지지층을 이번에도 놓친 것이다.

세 번 연속 예측이 엇나가면서 이른바 '여론조사 무용론'에 다시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맞히지 못한 이번 상황을 선거 결과 내기 사이트가 정확하게 예측해 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 켈시 등의 선거 예측은 시종일관 트럼프를 승자로 가리켰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