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州) 툴라센드라푸람 마을.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1만3,000㎞ 떨어진 이곳에서 기도회가 열렸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툴라센드라푸람 마을 힌두교 사원 안팎에는 해리스의 사진과 함께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걸렸다. 마을 주민 수십 명은 사원에 모여 타밀나두주에서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아이야나르 신’ 동상 앞에 꽃과 바나나, 음식을 바치며 기도를 올렸다. 힌두교 성직자 나타라잔은 참석자들에게 행운을 의미하는 주황색 가루를 뿌리며 “우리가 믿는 신은 매우 강력하다. 해리스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치와는 인연이 없을 듯한 인도의 한 작은 마을에서 미국의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이곳이 해리스의 외조부 피브이 고팔란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카멀라’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연꽃을 뜻한다.
해리스의 외조부 고팔란은 타밀나두주 고위 공무원으로 일했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시절인 2019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현직에서 은퇴한 외조부와의 해변 산책을 꼽았다. 고팔란은 해리스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였던 1998년 2월 세상을 떠났다.
사실 해리스가 이 마을에 직접 온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해리스의 절반은 ‘인도의 피’인 만큼, 그가 ‘인도의 손녀’라고 보고 마을 주민들이 지지에 나선 셈이다. 사원 인근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해리스의) 당선 소식이 알려지면 바로 축하 연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온 관광객 데보니 에반스는 로이터에 “카멀라를 지지하기 때문에 그와 연이 닿은 고향 마을도 경험해보고 싶었다”며 “이미 해리스에게 사전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리스의 ‘인도 뿌리’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슈토시 바시니 미국 브라운대 정치학 교수는 “해리스는 흑인 정체성이 인도인으로서의 정체성보다 크다”며 “그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인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고 볼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