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군납비리 사건 수사 자료 유출' 전직 부장검사 기소

입력
2024.11.0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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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검사실서 자료 수십 장 촬영 허용
공수처, 출범 후 다섯 번째 직접 기소 사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뇌물 사건 피의자에게 수사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전직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2021년 공수처 출범 후 이뤄진 다섯 번째 직접 기소 사건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부장 이대환)는 전날 박모 전 부장검사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2019년 말 '경남 사천 군납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이자 사건 제보자인 A씨가 수사 자료 일부를 촬영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19년 11월 7일과 12월 4일, 자신이 조사받던 서울중앙지검 검사실에서 다른 사건 관계자의 자필 메모와 금융거래정보 등을 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이 자료를 자신의 재판 과정에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박 전 부장검사 묵인하에 A씨가 사건 관련 자료들을 촬영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박 전 부장검사의 수사기밀 유출 의혹은 지난해 언론 보도와 국정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올 9월 12일 박 전 부장검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한편,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공수처로 이첩했다.

박 전 부장검사는 두 차례에 걸친 공수처 조사에서 "수사상 필요해 사진을 찍게 해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자료 유출 대가로 금품 등을 제공받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공수처는 A씨가 촬영한 100여 장의 사진 중 수십 장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보고, 공소시효 만료(11월 6일) 하루 전인 5일 박 전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도 만장일치로 기소를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부장검사 사건은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다섯 번째 사건이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김형준 전 부장검사 '스폰서 검사' 사건, 손준성 검사장 '고발 사주' 사건, 전직 검사 고소장 위조 사건, 고위 경찰관 뇌물 수수 사건 등을 직접 기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의 설립 이유는 고위공직자범죄 수사"라며 "검사 사건을 수사해 결과를 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부장검사의 수사기밀 누설 혐의에 대한 감찰을 진행했으나 징계시효가 지나 별도 처분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납비리 사건 수사 이후 대검찰청 마약과장 등을 지냈던 박 전 부장검사는 6월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뒤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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