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윤야한'의 계절

입력
2024.11.07 17: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최근 '주윤야한' 조짐이 있다고 한다. 낮에는 친윤석열계 행세를 하지만 밤에는 친한동훈계로 돌아서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한 대표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계의 노골적인 견제를 뚫고 62.8% 득표율로 낙승했을 때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당정 갈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향해 이례적으로 '독단적 국정 운영'을 지적하며 대국민 사과와 인적 쇄신 등을 요구한 배경이다.

□ 표면적으로 현재권력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동시에 뒤로는 미래권력과의 관계를 도모하는 것은 당내 헤게모니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회자됐던 '주이야박'(낮에는 친이명박계, 밤에는 친박근혜계)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초기 광우병 파동으로 20%대로 급락하자, 당시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이 급부상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박 의원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이명박 정부는 이후 '여당 내 야당'이었던 친박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이 대통령이 추진한 세종시 이전 수정안 부결을 주도한 것도 친박계였다.

□ 2012년 대선에 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을 벌일 때엔 '주문야안'이라는 말이 돌았다. 민주당 의원이라면 문 후보를 지지하는 게 당연했음에도 비문재인 진영 일각에선 '안철수 돌풍'을 일으켰던 안 후보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권교체를 위해선 안 후보의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명분이었지만, 근저에는 당 주류였던 친문 진영에 대한 견제가 흐르고 있었다.

□ 윤 대통령 지지율은 이미 '심리적 탄핵의 마지노선'인 20% 아래로 추락했다.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돈 이후엔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재와 같은 레임덕 상황에서 주윤야한은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 대표의 처신은 변수 중 하나다. 어정쩡하게 용산과의 차별화를 외치는 이미지만으로 확고한 미래권력으로 떠오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김회경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