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불복' 밑자락 깐 트럼프... "15분 만에 거짓말 15개" 지적 나와

입력
2024.11.06 15:25
[2024 미국의 선택]
"필라델피아 선거 사기"... 패배 시 불복 여지 둬
폴리티코 등 일부 매체 출입 금지 '언론 길들이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 대선 투표 당일인 5일(현지시간) 경합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 사기"를 운운하는 등 불복 여지를 남겨뒀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논조의 매체를 저격하면서 언론과의 기싸움도 이어갔다.

"2020년 대선 내가 이겼다" 또 거짓말

트럼프는 대선 당일인 이날 오후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필라델피아에서 대규모 선거 사기(CHEATING)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며 "법 집행기관이 오고 있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필라델피아는 대선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州) 최대 도시다.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가 선거운동 마지막까지 전력을 쏟은 곳이다. 트럼프의 선거 사기 주장에 대해 미 연방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미국 현지에선 트럼프의 이런 주장을 대선 패배 시 불복을 위한 밑자락 깔기용으로 보는 분위기다. 해리스에게 질 경우 선거 불복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의 제기에 도움이 될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한 투표소에서 투표한 뒤 패배할 경우 승복할 것이냐고 묻는 취재진 질문에 "만약 공정한 선거라면 승복하겠다"는 조건부 답변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패배했던 2020년 대선을 가리켜 "2016년보다 훨씬 더 잘했다"며 당시 자신이 이겼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 거짓말을 포함해 "15분 만에 무려 15개에 달하는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친트럼프 폭스 비난 "부끄러워해라"

트럼프는 언론과의 기싸움도 멈추지 않았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웨스트팜비치의 선거 캠프 본부에서 예정된 선거의 밤 행사에 특정 매체 기자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를 비롯해,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 퍽(Puck), VOA(미국의 소리), 마더 존스 등이 출입 불가 매체에 포함됐다고 한다.

폴리티코의 경우 최근 트럼프 캠프가 백인 우월주의자로 알려진 직원을 해고했다는 기사를 보도한 일이 트럼프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CNN은 전했다. 온라인 매체 퍽은 대선을 앞두고 최근 트럼프 캠프 내 '불안'에 대한 보도를 트럼프 측이 문제 삼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친(親)트럼프 성향의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를 향한 불만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는 폭스뉴스가 해리스를 지지해 온 유명인 오프라 윈프리의 연설 장면을 내보낸 것을 두고 "오프라가 폭스에서 발언하는 걸 50번쯤 봤다. 폭스는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모두가 폭스를 친트럼프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조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