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지은 이름 '대우'를 회사 이름으로 쓰는 국내 기업은 이제 서너 곳이 남아 있다. 그중 한 곳인 타타대우상용차가 6일 '타타대우모빌리티'라는 새 이름표를 들고나왔다. 하지만 '대우'는 그대로 남겨두기로 했다. 여전히 동남아, 아프리카, 동유럽 지역에선 '대우'(DAEWOO) 마크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현재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대우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기업은 타타대우를 비롯해 대우건설, 대우산업개발 등이다.
김방신 대표는 "브랜드 변경을 위해 컨설팅을 받으면서도 대우라는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지만 여전히 수출국에서 브랜드 파워가 좋아 이름을 남겨두기로 했다"며 "대우가 표방했던 개척 정신, 세계 경영의 DNA를 이어받고자 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날 전북 군산시 본사에서 '30주년 기념 미디어데이' 행사를 갖고 새 사명과 미래 비전을 알렸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년 만에 '타타대우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꾸고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전통 상용차 제조업체에서 종합 모빌리티 설루션 기업으로 탈바꿈을 꾀하고 차세대 모빌리티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회사는 또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여정(Empower your Journey)'이라는 새 슬로건도 발표했다.
대우자동차 상용차는 1995년 군산에 공장을 세우고 첫 트럭을 생산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파고를 넘지 못하고 2004년 인도 최대 기업 타타그룹의 품으로 들어갔다. 10월 별세한 인도의 라탄 타타 명예회장이 당시 인수를 이끌었다. 타타그룹의 첫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례로 인도 내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후 이름을 타타대우상용차로 바꿨지만 20년 동안 대우라는 이름은 유지해 왔다. 타타대우의 모 회사인 타타자동차는 영국 자동차 브랜드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갖고 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지난해 국내외 약 1만 대 차량을 판매해 1조 원 매출을 돌파했다.
타타자동차 출신 아닐 신하 타타대우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는 20년 동안 타타그룹과 타타대우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비결을 "타타그룹이 2004년 대우차 상용차를 인수한 뒤에도 이 회사가 한국 기업으로 남아 한국식으로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사업 철학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 대표는 "타타그룹이 기업을 인수한 뒤 한 번도 다시 매물로 내놓은 적이 없다"며 "타타자동차는 인도시장, 재규어·랜드로버는 고급자동차, 타타대우는 상용차 시장이라는 목표 구분이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타타대우는 2025년 상반기에 내놓을 첫 준중형전기트럭 '기쎈'(GIXEN)도 공개했다. 기쎈은 유럽산 모터 시스템과 고효율 배터리를 담아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쎈은 300kWh(킬로와트시) 배터리를 품어 최고 출력에 335마력(PS), 88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이는 해외 경쟁사 모델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국내 주행거리 인증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내부 테스트 결과 삼원계 배터리 기준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480㎞에 달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삼원계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쓰이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중국 비야디(BYD)의 배터리를 담을 예정이다.
타타대우는 이 차량을 20대가량 만들어 테스트하고 2026년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다만 전기 상용 트럭에 대한 정부 친환경차 보조금 규정이 없어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김 대표는 "정부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주는 차종은 승용차, 1톤 트럭, 버스 정도"라며 "준중형 트럭에 대한 구체적 지침은 없지만 버스에 지급되는 전기 배터리 성능을 참고해 어떤 조건이 오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