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를 사주한 30대 남성이 2억 원대 범죄수익을 가상자산과 골드바로 바꿔 숨겨놨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지난해 말 사주한 범행으로 경복궁 복원에는 억대의 국고가 투입됐다. 복구 비용을 물어내라는 요구에 이 남성은 "돈이 전혀 없다"고 버텼는데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확인돼 또 재판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범죄수익환수부(부장 유민종)는 6일 일명 '이 팀장'으로 알려진 경복궁 낙서 테러의 주범 강모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의 자금세탁을 도운 3명도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강씨의 범죄수익 8,500만 원에 대해 몰수 보전 조치(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 확정 전에 빼돌리지 못하게 동결하는 조치)를 취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영상물 공유 사이트에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를 싣는 대가로 챙긴 2억5,520만 원을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자금세탁 광고를 내걸고 활동하던 박씨 등을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세탁범들이 차명 계좌로 도박 사이트의 광고비를 이체받은 뒤 현금으로 인출하거나 가상자산을 사들인 뒤, 수수료 일부를 떼고 강씨에게 전달하는 수법이 사용됐다.
검찰은 올해 6월 강씨를 경복궁 낙서 사주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등)로 구속 기소한 뒤, 그의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범행을 파악했다. 국가유산청이 경복궁 담벼락 복구에 쓴 약 1억3,000만 원을 강씨로부터 받아내려 했지만, 강씨는 "범죄수익이 크지 않아 보유 자산이 전혀 없다"고 발뺌해 결국 덜미가 잡힌 것이다. 검찰은 강씨 휴대폰 포렌식 분석과 주거지 압수수색, 계좌 추적 등을 거쳐 강씨가 '핫월렛'(가상자산 개인지갑)에 약 2,500만 원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실을 포착했다. "돈이 없다"던 강씨에게선 자산 5,500만 원이 더 확인됐고, 자금세탁범 주거지에 숨겨둔 500만 원가량의 골드바 1개도 발견됐다. 이를 몽땅 환수한 검찰은 강씨의 나머지 범죄수익도 끝까지 추적할 계획이다.
강씨는 지난해 12월 16일 "500만 원을 주겠다"며 미성년자들을 꾀어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국립고궁박물관, 서울경찰청 담장 등 3곳에 래커 스프레이로 낙서를 남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영화공짜 윌OO티비.com feat 누누'라는 30m 크기의 문구를 쓰라"고 지시해 자신의 사이트 방문자 수를 늘리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