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부품회사 A사는 2차 전지 관련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방이나 규모 등은 영업 기밀 유지 요청 때문이라며 비공개했다. 호재성 공시에 주가는 10거래일간 78.1%나 올랐다. 하지만 계약 체결 발표 1년이 지난 시점에 A사는 계약 이행률이 0%라면서 계약이 해지됐다고 다시 공시했고, 기업 주가는 하한가로 직행했다.
앞으로 상장사는 공급계약 관련 공시에 계약금, 대금지급조건 등 계약이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담아야 하고, 주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밝혀야 한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6일 공급계약 관련 불성실 공시 증가에 따른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서식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계약체결과 진행 과정에서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투자자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공급계약 관련 불성실 공시 건수는 코스닥 기준 10건이었다. 전체 불성실 공시 중 18.5%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체 공급계약 불성실 공시 건수(8건)를 상반기에 넘어선 것이다.
금융당국은 공급계약 체결 공시에 계약금·선급금 유무, 대금지급조건 등 계약 조건 관련 중요 내용을 본문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또 정보 비대칭 최소화를 위해 기업의 공시 유보(비공개) 대상에 계약 금액 또는 계약 상대방 중 하나만 유보할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 또 정기보고서에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공시의 진행 현황을 밝히도록 하고, 미진행 시 사유와 향후 추진계획 등을 반기 단위로 상세히 기재하도록 개편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허위·과장성 공시를 통한 주가 부양 도모 등 부정거래 행위 시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