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시인 윤동주 청년이 1941년 가을 밤하늘을 보며 남긴 유명한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밤하늘을 맨눈으로 보면 별을 다 헤일 듯하다. 그러나 사진이나 망원경으로 보는 하늘은 상상을 초월한다. 호수가 보이는 산을 배경으로 찍은 밤하늘 사진을 보면 산 위에 많은 별이 보이고, 호수에도 수면에 비친 별들이 보인다. 사진에서는 맨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많은 별이 보인다. 그래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 사진에 있는 별도 천천히 세다보면 다 헤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는 위에서 아래로 하늘을 비스듬하게 가로지르는 은하수도 있다. 은하수는 뿌연 성운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하수가 여름 남쪽 하늘 낮은 곳에서 가장 잘 보인다. 사진에서는 산꼭대기 바로 위에 비교적 밝게 보이는 부분이 우리 은하의 중심에 가깝다. 지구에서 우리 은하중심까지 거리는 2만6,000광년이다. 지구가 포함된 태양계는 이를 중심으로 초속 220㎞로 돌고 있으며, 한 바퀴 도는 데 2억4,000만 년 걸린다.
뿌옇게 보이는 은하수 중심을 허블망원경으로 찍으면 새로운 우주가 보인다. 초승달 두께보다 훨씬 작게 보이는 지역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은 우리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사진에서 첫눈에 띄는 천체는 십자가 스파이크가 달린 밝은 별들이다. 십자가 스파이크는 망원경에 설치된 거울 지지대 때문에 생긴다. 이 중에는 파란 별, 노란 별, 빨간 별 등 각양각색의 별이 있다. 이 별들은 다른 별보다 많이 밝게 보이며, 지구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별의 색깔이 다양하게 보이는 것은 별의 표면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파란 별은 온도가 수만 도에 달하며, 빨간 별은 온도가 2,000~3,000도에 불과하다. 태양은 노란 별이다. 노랗게 보이는 태양표면 온도는 5,800도이다. 그래서 별의 색깔로 별의 온도를 추정할 수 있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고 어둡게 보이는 별이 수없이 많이 있다. 이 별들을 맨눈으로 헤아리기는 어렵다. 실제로 이 사진에 있는 별의 개수가 만 개를 넘는다. 이 별들은 밝은 별들보다 훨씬 멀리 2만6,000광년 거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어둡고 작게 보인다. 이 별들은 대부분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다. 은하수가 다른 곳에 비해 밝게 보이는 것은 별이 은하수에 많이 몰려 있기 때문이다. 이 별들은 나이가 100억 년 이상으로서 매우 늙은 별이다. 이 별들은 빅뱅 이후에 바로 태어났다. 이에 비하면 나이가 46억 년인 태양은 젊은 편에 속한다.
오늘 밤 가을로 가득 찬 하늘을 보며 별을 헤아려 보자. 별의 색깔도 느껴보자. 별은 어두워서 맨눈으로 그 색깔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별의 색깔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별을 보면 별의 색깔을 느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11월 남쪽 하늘에서 잘 보이는 오리온자리에는 특히 파란 별 리겔과 빨간 별 베텔주스가 대각선 방향으로 놓여 있다. 이 두 별을 비교해서 보면 색깔 차이가 분명하게 느껴질 것이다.
오늘밤 별의 색깔 차이를 꼭 느껴보자. 별의 색을 처음으로 느낄 때의 기쁨은 형언하기 어렵다. 흑백 영화만 보다가 총천연색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즐거움보다 훨씬 강렬한 기쁨을 느낄 것이다. 별을 헤아리면서 별과 별 사이에 검게 보이는 하늘을 볼 때는 허블망원경 사진을 떠올리자. 맨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가을로 가득 찬 하늘은' 실제로는 가을과 함께 별로 가득하다.
우주의 신비를 한 가지 한 가지 알아갈 때 우리는 삶의 가치와 행복을 느낀다. 윤동주 시인은 알 수 없었던 하늘의 별을 우리는 오늘 허블망원경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우리는 운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