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이 실시된 5일(현지시간) 주요 경합주(州)에서 폭탄 테러 위협으로 다수 투표소가 일시 폐쇄되고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실제 피해는 없는 가짜뉴스로 판명됐지만,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 당국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혼란을 조장하려는 러시아 측의 선거 방해 공작으로 보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날 경합주 조지아주에서만 최소 6건 이상의 테러 위협이 보고돼 투표소 3곳이 30분가량 일시 폐쇄됐다. 일부 투표소는 운영 시간을 중단됐던 시간만큼 연장하기로 했다. 위협은 주로 애틀랜타 인근의 민주당 성향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시간, 위스콘신, 애리조나 등 다른 주요 격전지에서도 폭탄 테러 위협 이메일이 퍼져 투표 중단 사태를 겪었다. 애리조나주 당국은 원주민이 많이 사는 나바호카운티 내 여러 투표소가 테러 위협을 받았다고 WP에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성명에서 테러 위협 이메일 가운데 다수가 "러시아 인터넷 도메인에서 발신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선거에 혼란과 불신을 조장하기 위한 공작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선거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음모론과 가짜뉴스도 퍼지고 있다. FBI는 이날 자신들의 기관 명칭과 로고가 사용된 가짜 영상들을 확인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영상에는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주를 비롯해 조지아, 애리조나 등 5곳에서 교도관들이 수감자 투표를 조작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FBI가 테러 가능성이 있으니 유권자들에게 '투표하지 말고 집에 머무르라'는 권고를 하고 있다는 영상도 온라인에서 퍼졌다. FBI는 모두 가짜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수도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는 수상한 도구를 소지한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연료 냄새가 나는 인화성 물질이 든 도구를 소지하고 있다가 의사당 방문자센터 보안 검색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당은 지난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6일 난입 폭동을 벌였던 곳이다.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번에도 패배할 경우 불복 시위를 벼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