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초·중등 교사 열 명 중 일곱 명은 정부가 내년부터 도입키로 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의 학습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교사노조는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과 관련한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해 개선 요구 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3~27일 대전 초·중등교사 537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76%가 학습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교사들은 우려되는 점으로 디지털 기기 과의존 심화(77.7%),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74.9%), 기술적 문제로 인한 수업 차질(47.3%) 등을 꼽았다. 또 AI 디지털 교과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선행 과제로는 안정적 학교 전산망 구축(54%)과 AI 디지털교과서 관련 행정업무 경감(51.2%)을 꼽았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사를 대상으로 이뤄진 연수에 대해서도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19.2%에 그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초등 교사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인터넷 접속 지연과 오류 문제로 애를 먹는데, 이는 기기 문제가 아니라 학교 인터넷망의 노후화 때문"이라며 "내년에는 초등 3, 4학년이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할 텐데 제대로 된 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조 위원장은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신중하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교육활동이 아닌 업무가 가중돼선 안되고 현장 교사들의 우려를 고려해 균형 잡힌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술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은 인정하되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과 교육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을 시작으로, 2026년 초 5~6, 중2, 2027년 중3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과목별로는 2025년에 수학, 영어, 정보, 2026년에는 국어, 사회, 과학, 기술·가정, 2027년에는 역사, 2028년에는 고등학교 공통 국어, 통합사회, 한국사, 통합과학에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