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풀린다니 희망이 보이네요.” “입주하려면 10년은 걸릴 텐데...”
정부가 5일 발표한 ‘수도권 5만 호 신규택지 공급지’에 서울 지역으로 유일하게 포함된 서초구 서리풀지구(원지·신원·내곡·우면동 일대 221만㎡) 중 한 곳인 원지동. 신분당선과 경부고속도로가 지나는 청계산 일대인 이 지역은 ‘강남생활권’임에도 초목과 잡풀이 무성하고, 길을 따라 드문드문 보이는 농원에서만 겨우 인기척이 들려 외딴섬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이날 만난 ‘원지동 20년 토박이’ 최천택(69·농원 운영)씨는 “말만 서울이지 서울이라고 볼 수 없는 동네”라며 “보유한 토지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도 건물 증축이나 개발이 제한돼 답답했는데,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니 반갑다”고 웃었다.
정부와 서울시는 훼손이 심각하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서리풀지구에 총 2만 가구를 공급하되 절반 이상인 1만1,000가구를 아이를 낳으면 20년까지 살 수 있는 신혼부부 전용 '미리내집'으로 공급하는 계획을 밝혔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 이모(55)씨는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토지거래 문의가 늘고,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 구축 아파트나 인근 땅값도 오르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부고속도로를 경계로 원지동 맞은편에 있는 신원동 주민 오만식(67)씨는 개발을 기대하면서도 “실제 주택 공급과 입주까지는 10년 정도 걸리니까 당장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신규택지 공급지에 포함된 경기 고양·의정부·의왕시도 환영했다. 다만 “베드타운이 아닌 ‘진정한 자족도시’를 실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군부대(306보충대)가 해체된 후 오랫동안 개발되지 못한 의정부 용현에 7,000호가 공급된다는 소식을 접한 공인중개업 관계자는 “306보충대로 낙후된 이미지가 있는데 개발된다면 지하철 7호선 등과 맞물려 발전가능성은 크다”면서도 “다만 규모가 적어 결국 베드타운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김동근 의정부 시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자족성이 가장 중요한 만큼 해당 부지의 일정 부분을 판교테크노밸리와 같은 첨단기업, 산업 인프라가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환 고양시장은 “15년 동안 실현되지 못한 ‘대곡역세권 지식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겠다”며 “주거 비율 사업지를 전체 면적의 20% 내외로 최소화하고, 역세권 중심에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자족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제 의왕시장도 “시 면적의 83%가 그린벨트로 묶여 주민 재산권이 침해받았는데, 주거환경과 교통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베드타운 전락 방지를 위해 △산업용지 또는 도시지원시설용지 최대한 확보 △광역교통체계 구축 △위례~과천선 의왕역까지 연장 등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