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전투에 조만간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달 말 7,000~8,000명 정도로 추산됐던 쿠르스크 배치 북한군 규모가 1만~1만1,000명가량으로 늘어났다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4일(현지시간) 일제히 확인한 것이다. 다만 북·러 모두 북한군 규모 및 활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4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영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북한군 약 1만1,000명이 주둔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2일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이 "10월 마지막 주 기준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배치한 북한 육군 병사는 7,0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으나 불과 며칠 만에 '약 4,000명 증파'를 주장한 것이다.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8월 6일 진입해 일부 영토를 점령하고 러시아군과 교전 중인 지역이다.
수치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도 같은 날 '쿠르스크 배치 북한군 규모가 확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주 '8,000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갔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1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도 "북한군 1만여 명이 러시아에 가 있고 상당수가 격전지인 쿠르스크를 포함한 전선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전하규 국방부 대변인)고 전했다.
다만 북한군이 쿠르스크를 비롯, 우크라이나·러시아 내 교전 지역에서 전투 중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4일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 첫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됐다는 언론 보도를 봤지만 확인할 수 없다"(밀러 대변인)며 말을 아꼈다. 로버트 우드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도 이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우리는 아직 북한군이 전투에 투입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하규 대변인도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40여 명이 전사했다'는 보도에 대해 "확인해줄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북한군의 전투 투입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군 최전선 투입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군이 러시아의 작전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 부대로 배치돼 작전을 수행할지' 묻자 "현시점엔 알 수 없다"면서도 "(북한군은) 러시아가 겪는 엄청난 (병력) 손실을 대체하기 위해 들어온 잠재적 병력이라는 게 합리적 분석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 차석대사는 "러시아는 북한군에게 포병·보병 작전 및 무인기(드론) 등을 훈련시켰으며 훈련 성격을 볼 때 러시아는 북한군을 최전선 작전에 투입할 의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러가 파병 관련 언급을 삼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쿠르스크의 빔펠 군사애국센터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쿠르스크 지역을 적(우크라이나)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 것"이라고 영토 탈환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