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7 총선(중의원 선거) 참패로 일본 집권 자민당의 '자위대 헌법 명기' 개헌 동력이 크게 떨어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지론이자, 자민당이 줄곧 추진해 온 의제임에도 "지금이 개헌을 논의할 때냐"라는 반대 목소리가 당내의 지배적 기류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민당 독주 체제 붕괴'라는 민의를 무시한 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때 중의원 선거도 함께 실시해 국회 구도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5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총선에서 선출된 당선자 중 '개헌 찬성파' 비율은 67%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와 다니구치 마사키 도쿄대 교수 연구팀이 중의원 당선자 465명 중 449명(96.9%)을 대상으로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개헌 찬성 67%'가 얼핏 보면 높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중의원 중 개헌 찬성파 비율은 2012년 89%에서 2017년 82%, 2021년 76%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이번에 찬성률이 대폭 하락한 데에는 자민당 당선자 자체가 급감한 탓도 있다. 총선 이후 자민당의 의석은 191석으로, 종전보다 50석이나 줄었다.
개헌 찬성파는 개헌 필요 항목으로 '자위대 헌법 명기'를 가장 많이 꼽았다. 자민당 당선자 중 96%,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당선자 중 95%에 달했다. 자위대 헌법 명기는 '전력 보유 금지'를 명시한 일본 헌법 9조에 배치되지만, 자민당 등 보수 정당은 국민 반대 여론에도 '방위력 증강'을 위해 이를 추진 중이다.
이번 총선에서 약진한 입헌민주당의 경우, '개헌 반대' 의견이 훨씬 많았다. 찬성은 22%인 반면, 반대는 57%였다. 21%는 '어느 쪽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연립여당 공명당의 개헌 찬성 비율은 63%였다. 아사히는 "자민당의 총선 참패로 개헌 움직임은 후퇴하게 됐다"며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개헌을 논의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이시바 총리는 개헌 의지를 꺾지 않는 모습이다. 총선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그는 "개헌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한가한 소리'라며 이시바 총리를 비판하고 있다. 한 자민당 중진 의원은 아사히에 "당분간 개헌을 논의할 여유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급선무는 그보다 현 국회 구조의 변경이라는 의견이 많다.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탓인데, 현 자민당 총재인 이시바 총리 대신, 새 총재를 내세운 뒤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다시 치러 '거대 여당' 지위를 회복하자는 주장이다. 또 다른 자민당 중진 의원은 마이니치신문에 "이시바 정권이 유지돼도 소수 여당이라 정권 운영이 쉽지 않다"며 "(내년 7월) 중·참의원 동시 선거로 현 구조를 극복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