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리실의 가자지구 전쟁 관련 기밀 유출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의혹의 골자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 문건을 이스라엘 총리실이 선택적·고의적으로 언론에 흘려 이스라엘에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특히 총리실 관계자가 이 사건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주도 또는 묵인하에 기밀 유출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다. 네타냐후 총리는 결백 주장과 함께, 별도 조사를 요청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리실발(發) 1급 기밀 유출 의혹의 발단은 지난 9월 유럽 언론들의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 협상' 관련 보도였다. 영국 주이시크로니클은 9월 5일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지난달 16일 사망)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납치한 인질들을 데리고 이란으로 탈출하려고 한다"는 취지로 전했고, 이튿날 독일 빌트는 "하마스가 인질 협상 타결·전쟁 종식을 위해 서두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출처는 각각 '이스라엘 정보 문건'과 '하마스의 대(對)이스라엘 심리전 문건'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해당 매체들의 문건 입수 경로를 둘러싼 의구심이 제기됐다. 당시는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시신으로 발견(8월 31일)된 직후였다. 휴전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던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던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에 유리한 내용의 기밀 문건이 잇따라 언론사로 흘러들어간 게 수상해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주이시크로니클이 보도 8일 후인 9월 13일,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해당 기자와의 고용 계약을 해지하면서 '경위가 석연치 않은 보도'라는 의심은 더욱 불붙었다.
이스라엘 총리실이 이 사태의 핵심으로 떠오른 계기는 지난 1일, 이스라엘 경찰의 수사 착수 소식이다. 여기에다 3일 이스라엘 리숀레지온 지방법원이 엘리 펠드스타인 총리실 대변인과 군·보안기관 관계자 3명을 '기밀 유출' 혐의 피의자로 지목하기까지 하자, 총리실은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법원은 "기밀 유출로 국가 안보가 침해됐고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인질 구출) 달성을 해쳤다"고 밝혔다.
인질 가족들은 분개했다. 인질가족포럼은 4일 성명에서 "(기밀 유출은) 인질을 피살 위험에 빠뜨리고 귀환 기회도 위태롭게 했다"며 "네타냐후와 연루자들이 역사상 가장 큰 사기를 저지른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 야당도 "네타냐후가 정보 유출 사실을 알았다면 안보 범죄 공모자, 몰랐다면 총리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밀 유출 연루 의혹을 줄곧 부인해 온 네타냐후 총리는 사태 수습에 안간힘이다. 그는 4일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전쟁이 시작된 이래 늘 기밀 유출이 있었다. 이를 해결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TOI는 전했다. 유출된 정보는 자신이 관여한 회의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