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애초 이달 말 계획했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앞당겨 7일 열기로 결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불신과 명태균씨 관련 의혹이 여론을 뒤덮은 탓에 윤 대통령의 이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단 주장이 설득력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개 압박과 추경호 원내대표의 물밑 조율이 긴밀한 협력 속에 이뤄지지 않아,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 또다시 노출됐다.
추 원내대표는 5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에게) 가급적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일찍 가졌으면 좋겠다. 당초 얘기한 11월 말보다는 훨씬 이른 시점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당내 의견을 수렴하면서 여론을 예의주시해 온 추 원내대표는 전날 3선 의원들과 간담회 뒤 대통령실을 찾았다. 그는 "윤 대통령이 여러 채널을 통해 말씀을 듣고 있는 걸로 안다"며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각종 국정 현안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참모들과의 만찬에서 7일 기자회견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과 참모진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한 뒤 결정을 내린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고심하다가 어젯밤에 최종 결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언론 공지 직전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에게 기자회견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대표는 추 원내대표의 전날 제언에 대해 "저는 몰랐다"고 말해, 당 내부에서 사전 조율된 내용이 아니라는 점을 내비쳤다.
대통령실과 친윤석열(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용단'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공개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떠밀린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이 원래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한 대표가 독대 등을 요구하며 대통령을 무릎 꿇렸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바람에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한동훈(친한)계는 한 대표의 공개적 압박이 주효했다는 입장이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11월 말쯤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선회한 이유는 한 대표의 최고위 발언, 거기에 대한 대통령실 참모들의 판단 등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 한 인사는 "물밑 조율만 했더라면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앞당길 수 있었겠느냐"며 "한 대표가 당정의 위기의식을 일깨웠기 때문에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국민 사과 및 참모진 개편, 쇄신용 개각 등 전날 한 대표의 파격적 제안이 윤 대통령의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다만 친윤·친한계 모두 이번 기자회견에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는 점엔 공감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담화가 돼야 하고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 측 핵심 관계자도 "전날 주장한 5대 요구가 수용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특별감찰관 등을 넘어서 인적 쇄신 정도는 뒤따라야 국민들이 납득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한 대표는 '인위적 인적 쇄신은 없다'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인적 쇄신은 원래 심기일전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인위적이니 가릴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 대표는 6일 당내 3선, 4선 중진들과 만날 예정이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도 이날 YTN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은) 결단이 내려지면 거침없이 처리하는 스타일"이라며 "국민들이 납득하고 충분히 이해하실 만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