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 대비 TF도 꾸렸다...우왕좌왕 8년 전 기억, 만회할 수 있을까?

입력
2024.11.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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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잘 대응할 준비 돼 있어"
지난해 상반기부터 TF 구축…판세 분석·아웃리치 병행
미 새 행정부 출범 후 인수위 접촉 위한 체계 전환
박진 전 외교장관 포함 전·현직 고위관료 미 방문 예정

미국 대통령 선거가 마침내 막을 올렸다. 예측하기 힘든 박빙의 상황, 선거 결과가 어떻든 우리나라 외교 안보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는 "어떤 결과에도 잘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우왕좌왕했던 8년 전 기억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대선 관련) 유관 부서 및 현지 공관, 학계·재계 간 긴밀한 협력하에 대선 동향에 예의주시하면서 선거 이후까지 내다보고 면밀히 준비해 왔다"고 밝혔다.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으로 어떤 결과에도 대처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이 대변인은 이어 "고위급 방한 및 방미 계기를 적극 활용해 양 진영 인사들을 전방위적으로 접촉해왔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에 대한 미국 내 지지는 초당적이며 굳건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특히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당황했던 2016년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당시 정부는 트럼프 당선자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고, 이른바 '트럼프 쇼크'에 대비하기 위한 실행계획조차 갖추지 못했다. 허겁지겁 긴급 상황평가회의 및 태스크포스(TF)를 꾸려야 했던 이유다.

일본과의 대조적인 모습에서도 정부는 비판을 감수해야만 했다. 일본은 대선 윤곽이 잡힌 직후 트럼프 당선자와의 회담을 성사시키는 기민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탄핵 정국이 닥치면서, 외교가에서는 손쓸 여력도 없이 '코리아 패싱' 얘기를 들어야 했다.

이에 정부는 당시를 '반면교사' 삼아 TF를 꾸리고 각종 시나리오에 맞춤 대비책을 강구해왔다. 통상 4~6개월 전이던 TF 설치 시점도 지난해 상반기로 확 당겼다. 차관보를 중심으로 미 선거 동향 분석 TF를 꾸렸고, 이를 올 초부터는 제1차관 주재로 전환해 후보들의 외교·안보 및 주요 정책을 다각도로 검토해왔다. TF로는 북미국, 외교전략기획국, 동북아국, 양자경제외교국 등 유관 부서가 총출동했다.

학계와 재계를 통한 네트워크 구축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조태열 외교장관이 로버트 오브라이언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과 민주당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을 차례로 만난 게 대표적이다. 기업들 또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2016년 트럼프 당선자 측과 연결고리가 전무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 만나고, 현대자동차는 한미일 3국 경제대화를 후원하는 한편 미 의원단을 초청하는 등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였다.

'트럼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도 이뤄졌다. 발 빠른 움직임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도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이미 합의된 협상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대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발표하고, 고위급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진 전 외교장관도 미국을 방문, 전직 고위관료 및 연구기관의 아웃리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TF 또한 판세분석에서 인수위원회 접촉 및 네트워크 구축 중심의 체계로 전환된다. 여기에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를 다지기 위한 연내 3국 정상회의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