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년을 책임질 새 대통령을 뽑는 5일(현지시간) 선거 결과를 숨죽이고 지켜보는 나라에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 당사국도 포함돼 있다. 이들이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는 당선자가 누구냐에 따라 이후 전쟁 양상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개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들 국가의 이목은 한동안 미국 투표함에 집중될 전망이다.
러시아와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이번 미 대선에 유독 심경이 복잡하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둘러싸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 입장 차가 워낙 큰 탓이다.
해리스의 정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골자로 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는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조건의 '조기 종전'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도 4일(현지시간) "최상(해리스)과 최악(트럼프)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고 짚었다.
러시아는 일찌감치 미 대선이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는 반응을 보여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2기'를 원한다고 본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러시아 담당 연구원 티모시 애시는 최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푸틴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이고 러시아 제재를 해제해 줄 것을 트럼프에 기대한다"며 "자신이야말로 권위적인 트럼프를 이해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 9월 푸틴이 "웃음에 전염성이 있다"며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말한 것도 실상은 해리스를 조롱한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확전'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동도 미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긴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쟁 1년간 줄곧 휴전을 요구해 온 바이든 행정부와 사이가 틀어질 대로 틀어져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1기 때 중동 정책에서 '찰떡 공조'를 자랑했던 기억이 있다. 지난 7월 네타냐후는 트럼프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리조트까지 방문했고, 최근까지 트럼프와 수차례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대선 이후 바이든 퇴임 전 미국의 어수선한 정국을 틈타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란 국민들 사이에서 해리스보다 트럼프 당선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트럼프는 2018년 이란이 핵 프로그램 동결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해 이란 경제난 악화에 일조했다. 하지만 최근 이란 국민들 중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여론이 많아졌다"고 미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가자 전쟁 종식을 앞당길 적임자라는 인식과, 이란과 사이가 가까운 러시아에 우호적이란 점을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