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 "원전 수출 협력 한다"지만…체코 원전 수출 최대 걸림돌 넘을지 미지수

입력
2024.11.05 18:15
15면
미국 에너지부와 글로벌 시장에서 원전 수출 협력
"한·미 민간 원자력 협력 진전이라는 중요 성과"
민간 원자력 기술 관련 기업들끼리 협력도 강화


한국과 미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을 포함한 민간 원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최대 24조 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 본계약을 앞두고 한미 정부 간 법적 구속력 없는 협약이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분쟁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 및 국무부와 함께 1일(현지시간)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업무협약(MOU)에 가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날 한·미 정부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양국의 민간 원자력 협력의 진전이라는 중요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이번 잠정 합의를 통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고 최고 수준의 비확산, 원자력 안전, 안전 조치 및 핵 안보 기준을 유지해 나간다는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를 위해 민간 원자력 기술에 대한 수출 관리에 있어서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 같은 협력을 발판으로 한미는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 및 핵심 공급망 확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양국에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기회가 생기고 수만 개의 제조업 분야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원전 시장이 많이 열리고 있고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도 형성되는 상황"이라며 "전력 수급 문제에 있어 인공지능(AI) 관련 현안을 강화하고 앞으로 상업적·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MOU는 최종 검토 절차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다.


한미 정부 협력, 한수원-美웨스팅하우스 협력으로 이어질까


이날 발표는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두고 나온 한미 정부 간 협력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정작 눈앞에 놓인 웨스팅하우스와 갈등 봉합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상 미국 원전 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수원은 미국 에너지부에 수출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부는 2023년 1월 미국인 또는 미국 기업이 신고해야 한다며 한수원의 수출 신고를 되돌려 보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식재산권을 이유로 한수원의 수출 신고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이번 MOU에는 수출 통제 관련 미국 에너지부의 긍정적인 검토 등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며 "(웨스팅하우스와) 법적 분쟁에 직접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번 MOU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와의 분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통제와 협력에 대한 원칙을 정한 차원"이라며 "향후 기업들이 수출 통제와 관련돼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서로 협력하는 절차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미래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2025년 3월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계약을 앞두고 웨스팅하우스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긍정적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데 의의를 뒀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 수출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기업들도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나주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