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째 1%대로 나타나며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해 유가와 과일값이 떨어진 덕이다. 다만 김장철을 앞두고 작황 부진으로 채소값이 여전히 높은 오름폭을 보이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을 살펴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3% 상승했다. 2021년 1월(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2.9%) 3% 아래로 떨어진 이래 5개월 연속 2%대에 머물다 9월(1.6%)부터 1%대로 진입하며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9% 낮아진 점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사과 가격 상승률이 전년비 20% 낮아지는 등 신선 과실도 전반적으로 10.7% 하락했다. 기여도로 보면 전월 대비 상승률 하락분(-0.34%포인트)에서 석유류와 농산물 가격 둔화가 약 70%(-0.23%포인트)를 차지하며 물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
다만, 신선 채소는 전월(11.5%)에 이어 전년 대비 15.7% 올라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52.1%), 배추(51.5%), 상추(49.3%), 호박(44.7%) 등 오름폭이 컸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어 국내 공급이 부족해진 김(33%)도 5개월째 30% 안팎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과일 가격 안정에 밥상물가인 신선식품지수 상승률(1.6%)은 3%대에서 1%대로 내려앉았다.
1년 전 대비 가계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2%,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추세적 근원물가지수는 1.8% 상승률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경제·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해 "하향 안정세가 공고해지고 있다"며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2% 이내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물가 안정의 기반이 견고해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앞으론 지난해 말 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 유류세 인하율 축소 조치 등으로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근원물가가 2% 부근에서 안정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소비자물가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김장철을 코앞에 두고 채소류 물가 부담이 여전한 만큼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배추는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려 2만4,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40% 할인 지원 중인 배추, 무에 더해 다음 달엔 대파, 마늘, 천일염, 젓갈류 등 김장재료도 50%까지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 부담을 낮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