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에서 평균 연령 80세를 넘긴 할매래퍼들의 랩 배틀이 성사됐다. 평균 연령 85세로 할매래퍼 그룹의 선두주자인 '수니와칠공주'에, 이보다 세 살 젊은 평균 82세 신생 할매래퍼 그룹 '텃밭왕언니'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맞대결이 펼쳐졌다.
5일 칠곡군에 따르면 지난 2일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 특별행사로 마련된 '쇼미 더 할머니' 랩 배틀대회에서 두 할매래퍼 그룹이 랩 공연을 선보였다. 텃밭왕언니는 수니와칠공주, 보람할매연극단, 우리는청춘이다, 어깨동무에 이어 올해 3월 칠곡군에서 다섯 번째로 결성된 평균 연령 82세 8인조 할매래퍼 그룹이다. 칠곡 도시재생커뮤니티에 텃밭이 조성되면서 모인 왜관읍 할머니들로 구성됐다.
신경전으로 공연 전부터 불꽃이 튀었다. 수니와칠공주에 랩을 지도한 정우정(53)씨와 텃밭왕언니의 랩 스승 김홍태(54)씨는 부부 사이인데, 대회 전까지 서로 각방을 쓰며 공연 소품과 안무 등을 철저히 숨겼다는 후문이다.
이날 대결에서 두 그룹은 가을을 주제로 프리스타일 랩 공연을 선보였다. 도전자인 텃밭왕언니의 리더 성추자(81) 할머니가 "기름 짜듯이 쫙 짜버릴 테야"라며 선공에 나서자, 수니와칠공주 리더 박점순(84) 할머니는 "가을 아침 산에 올라가 도토리도 줍고요! 알밤도 줍고요! 달래도 따고요!"라고 라임을 맞춰 맞불을 놨다. 수니와칠공주를 응원하는 슬리피와, 텃밭왕언니를 지지하는 제이통 등 국내 정상급 래퍼들도 랩을 선보이며 왜관읍 일대를 달궜다.
심사위원들은 '쇼미 더 할머니' 문구가 새겨진 우승 모자를 수니와칠공주 멤버들의 머리에 씌워주면서, 수니와 칠공주의 승리로 무대는 마무리됐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무승부를 선언하고 싶었지만 실력을 겨루는 대회인 만큼 심사 결과를 모아 승부를 가렸다"며 "두 어르신 래퍼들의 대결은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 아름다운 도전 정신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