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 계열사 대표들까지 동참... 쪼개진 그룹 미래 '깜깜'

입력
2024.11.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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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 합병 찬성했던 계열사 대표 등
모녀 포함 3인 연합 측에 반대 성명
한미약품 "형제 독재경영 폐해" 반박
주주 혼란 심화, 경영권 분쟁 장기화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창업주 일가를 넘어 주요 경영진으로까지 확대됐다. 이달 28일 그룹의 향배를 가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그룹 전체가 갈등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공들여 쌓아온 토종 제약기업의 경쟁력과 성장동력이 소모적인 비방전 탓에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을 제외한 계열사의 대표단이 한미약품의 독립경영을 비판하는 성명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한미약품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반발이다. 성명서에는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이사, 이동환 제이브이엠 대표이사,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헬스케어사업부문 부사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대주주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의 단합이 해쳐지고, 이로 인해 한미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무 기여가 없었고 글로벌 제약 바이오 산업에 문외한인 단순 주주가 본인의 주가 차익을 위해 잘못된 훈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미그룹의 단합을 위해 외부 세력은 더 이상 한미에 머물지 말라. 가족분쟁에 기생하며,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를 강요하는 외부 세력은 한미에 필요 없다"고 직격했다. 창업주 아내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딸 임주현 부회장과 3인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외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유감을 표하며 주요 경영진을 경영권 분쟁으로 끌어들인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를 비판했다. 한미약품은 박재현 사장 명의 보도자료로 "오너 독재 경영의 폐해를 여실히 드러낸 계열사 대표들의 성명 발표"라며 "외부 세력 개입 중단을 선언한 만큼, 특정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식, 또는 제3의 기업에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시도를 오늘 이 시간부로 당장 중단해달라"고 반박했다. 지난 3월 임해룡 총경리, 우기석 대표는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한 OCI그룹과의 통합에 동참했었다. 박준석 부사장과 장영길 대표는 오는 12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현 경영진을 밀어내고 새 이사로 추천될 당사자들이다.

3자 연합과 장·차남 측이 서로를 외부 세력이자 회사를 매각시키려는 당사자로 규정하면서 갈등은 악화일로를 겪게 됐다. 실무 경영진까지 참전한 만큼 향후 분쟁이 정리되더라도 상흔은 깊을 수밖에 없다.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일부 계열사에선 전산망이 통제되는 등 제대로 된 업무마저 불가능해졌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지난 1일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2.26%를 보유한 소액주주연대는 3자 연합 지지를 선언했다가 내부 반발로 하루 만에 번복하기도 했다. 3자 연합은 특수관계인 포함 총 48.13%, 형제 측은 29.07%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데, 어느 쪽도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룰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지분 6.04%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아직 어느 쪽 손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달 임시 주총으로도 분쟁이 종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규 이사 2인 중 신 회장은 이사회에 진입할 확률이 높지만 임 부회장은 이사회 구성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확대하는 안건까지 의결권 3분의 2 이상을 얻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이사 수가 넘어가지 않고 3인 연합과 형제 측 이사 수가 5대 5 동률을 이룰 경우 12월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포함해 각종 법적 분쟁 등으로 교착 생태가 더 길어질 수 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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