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 축구가 20세 이하(U-20) 월드컵에 이어 17세 이하(U-17) 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섰다.
북한은 4일(한국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펠릭스 산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U-17 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스페인을 꺾고 우승했다. 양팀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북한이 4-3으로 승리했다. 2008년과 2016년 이 대회 정상에 올랐던 북한은 이로써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최다 우승국이 됐다.
동시에 북한 여자 축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에서 2회 연속 정상에 서며 세계 최강국의 명성을 과시했다. 북한 U-20 대표팀은 9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U-20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1-0으로 꺾고 우승, 2006년과 2016년에 이어 세 번째 정상 등극을 일군 바 있다.
또 다른 강자 스페인과의 오랜 악연을 끊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북한은 스페인에 2010년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 3위 결정전에서 패배(0-1)했고, 2018년 우루과이 대회 8강전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스페인은 2018년과 2022년에 이어 대회 3연패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는 결정적 순간에 북한에 발목을 잡혔다.
먼저 웃은 건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의 파우 코멘다도르가 후반 16분 왼쪽 측면에서 낮은 크로스를 보냈고, 셀리아 세구라가 이를 왼발로 가볍게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뽑았다. 북한도 곧바로 만회 골을 터뜨렸다. 후반 19분 로운향이 롱 패스로 스페인 수비 라인을 허물었고,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든 전일청이 상대 골키퍼를 제친 뒤 골망을 갈랐다.
승부차기에 돌입한 양 팀 골키퍼는 각 팀 두 번째 키커의 슛을 막아 내며 선방 대결을 펼쳤다. 운명은 세 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코멘다도르의 슛은 골대 왼쪽으로 흘러 나간 반면, 로운향은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북한은 이후에도 실축 없이 깔끔하게 골망을 흔들며 승부차기에서 4-3 승리를 거뒀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해당하는 골든볼은 전일청에게 돌아갔다. U-17 아시안컵 득점왕(6골)에 올랐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골든볼을 품에 안으며 북한 여자축구의 미래 핵심자원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