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누명' 직격하고 "내가 세기의 완성품" 자신감... 지드래곤이 YG 떠나 증명한 '파워'

입력
2024.11.05 04:30
21면
88개월 공백 깨고 '파워'로 음악 시장 달군 지드래곤
30년 동안 '트루먼쇼'처럼... '파워' 뮤비 속 풍자


'지디의 하루'.

지난달 31일 공개된 아이돌그룹 빅뱅 멤버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6)의 솔로 신곡 '파워' 뮤직비디오엔 이런 제목의 뉴스 속보가 TV 화면에 뜬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가 되는 미디어 현실에 대한 풍자다.

지드래곤은 '파워'에서 "억까 짤 퍼다 샬라샬라하다가"라고 쏘아붙이듯 랩을 했다. '억까'는 '억지스럽게 비난하다'는 뜻의 속어. 지드래곤이 거친 랩으로 직격한 대상은 그가 거리를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담긴 인터넷 영상을 퍼다 나르며 마약 투약 의혹을 기정사실처럼 보도한 이른바 '사이비' 언론매체들이다.


지드래곤은 왜 '트루먼쇼'를 찍었을까

"궁지에 몰려 있고, 모두 조여 오는 느낌이었어요." 경찰 수사 끝에 마약 투약 무혐의 처분을 받은 지드래곤이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털어놓은 심경이다.

코너에 몰렸던 지드래곤은 '파워'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에서 촬영장 밖 푸른 하늘이 그려진 곳으로 문을 닫고 나간다. 미국 유명 코미디 배우 짐 캐리가 영화 '트루먼쇼'(1998) 엔딩에서 푸른 하늘이 그려진 촬영 세트장의 문을 닫고 나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지드래곤은 6세에 가수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2006년 18세 때 빅뱅으로 데뷔했다. 연습생으로 12년을 보냈고, 데뷔 후엔 지드래곤으로 18년째 살고 있다. 연예인이 아닌 권지용으로 오롯이 산 건 불과 4~5년. 이 맥락에서 '트루먼쇼'의 주인공과 지드래곤의 삶은 닮았다. K팝 기획사에서 아이돌로 만들어지고 보여야 하는 삶을 30년 동안 산 그의 '자유'를 향한 바람이 간절해서였을까. 세트장 밖을 나선 그는 뮤직비디오에서 폴짝폴짝 뛰었다. 그의 뒤엔 '88'이란 숫자가 큼지막하게 떴다. 1988년생인 지드래곤의 새 음악적 출발에 대한 포부로 읽힌다. 이번 신곡 발표도 2017년 6월에 낸 앨범 '권지용' 이후 88개월 만이다.


YG 떠난 뒤 낸 첫 음악... "대중과 적극 소통 의지 엿보여"

'파워'의 노랫말처럼 "88 날아" 돌아온 지드래곤이 음악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개 하루 만인 지난달 1일 그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인기 뮤직비디오 1위로 깜짝 등장했다. 멜론 등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도 인기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불러 세계를 들썩이게 한 '아파트'에 이어 이달 4일 기준 곡 공개 후 닷새째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드래곤 특유의 감칠맛 나는 랩과 재치 있는 가사, 그리고 귀에 쉬 꽂히는 비트 등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도헌 대중음악 평론가는 "'파워'엔 지드래곤 하면 생각나는 '악동'의 이미지가 잘 녹아 있고, 통속적인 이야기로 오랜 공백을 깨고 대중과 적극 소통하려는 의지도 담겼다"며 "닥터 드레의 '낫싱 벗 어 지 탱'과 비욘세의 '런 더 월드' 등 힙합 히트곡들의 유명한 가사를 오마주해 듣는 재미를 살렸다"고 평했다.

'파워'는 지드래곤이 YG엔터테인먼트를 나와서 낸 첫 곡이다. 그는 지난해 인공지능(AI) 관련 사업을 하는 갤럭시코퍼레이션과 계약을 맺었다.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드래곤은 '파워'가 수록된 새 앨범을 만들고 있다. 그의 새 둥지는 YG처럼 K팝 제작으로 유명한 곳이 아니다. 지드래곤의 사정에 밝은 한 음악 관계자는 "테디 등 '범YG' 지인들이 지드래곤의 새 앨범 작업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지드래곤은 '파워'의 작곡을 테런 토마스와 함께했다.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 소속인 로제의 '아파트' 작사, 작곡에 참여한 외국 창작자다.


스포티파이 톱50엔 없지만... 세대교체 현실 속 그의 자신감

지드래곤이 세계 음악시장 트렌드를 이끄는 창작자들과 손잡고 야심 차게 신곡을 냈지만, 해외 음원 시장의 반응은 국내만큼은 뜨겁지 않다. 3일 기준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50에 '파워'는 없었다. 같은 차트에 '아파트'(1위), '후'(방탄소년단 멤버 지민·4위), '만트라'(블랙핑크 멤버 제니·28위) 등 후배 K팝 아이돌의 노래가 여럿 올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에서 K팝 아이돌의 세대교체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드래곤은 움츠러들지 않았다. '파워'에서 "2세대 한정품이 세기의 완성품"이라고 당당하게 랩을 한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는 "'파워'는 다른 아이돌과 차별화되는 K팝 2세대 간판 아이돌 래퍼로서 지드래곤의 '자기 증명'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나는 곡"이라고 했다. 지드래곤은 오는 23일 일본 교세라돔 오사카에서 열리는 케이블 채널 Mnet 음악 시상식 '2024 마마 어워즈'에서 공연한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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