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을 선택하는 2024 미국 대선의 현장 투표가 5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안갯속이다. 이렇게 격차가 초박빙인 접전은 처음이라는 게 역대 미국 대선을 관찰해 온 선거 전문가들 이구동성이다.
4일 오전 9시 기준 사전투표에 참여한 미국 유권자는 7,804만 명에 이른다. 2020년 대선 당시 총 투표자 수(약 1억5,80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 이번 대선 등록 유권자(약 2억500만 명)의 38% 정도가 사전투표를 마친 것이다.
미국 대선은 50개 주(州)와 수도 워싱턴 등에 배정된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을 확보하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승부처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북동·중서부 공업지대) 3개 주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 ‘선벨트’(일조량 많은 남부) 4개 주다.
러스트벨트는 오랫동안 ‘블루월’(민주당 강세 지역)의 일부였다. 해리스의 경우 이들만 석권하면 과반이다. 선벨트만으로 과반에 도달할 수 없는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 사활을 걸고 있다. 7개 경합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19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 지지율은 현재 동률이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만큼 선거 판세는 초박빙이다. 대선 승부를 사실상 결정지을 7개 격전지 중 4곳에서 해리스가 근소한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3일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 결과다. 드물게 2016년 트럼프 당선을 맞힌 영국 여론조사업체 포컬데이터도 이날 해리스 쪽으로 승기가 기울었다는 예상을 내놨다.
해리스 측은 고무된 상태다. 백인이 많이 사는 공화당 텃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서 여성의 지지 덕에 해리스가 트럼프를 3%포인트 앞서는 이변이 지역지 디모인레지스터가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일어났다. 공략 대상으로 삼은 펜실베이니아 교외 온건 보수 여성의 결집을 해리스가 기대할 수 있게 하는 결과다.
하지만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도 여론조사에서 뒤졌던 트럼프가 실제 개표 결과에선 득표율 상승을 이룬 적이 있다. 이번에도 숨은 트럼프 지지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미국 대선은 누가 승자가 되든 첫 기록을 양산하게 된다. 해리스는 인도· 자메이카계 흑인 여성이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서 검사로 이력을 쌓다가 연방 상원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지지층 확대를 위해 중도로 방향을 틀었지만 진보색이 강하다는 평가다. 60세(1964년생)로 비교적 젊다. 당선될 경우 첫 여성, 첫 남아시아계 미국 대통령이자 두 번째 흑인 대통령이 된다.
재집권을 노리는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 78세(1946년생) 백인 남성이다. 민주당 텃밭인 동부 뉴욕이 고향이지만 보수 성향 농촌 거주 저학력 백인 남성 유권자를 핵심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다. 이번에 이기면 최고령 미국 대통령이자 첫 임기 뒤 낙선했다가 재선에 성공하는 사상 두 번째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된다.
배경만큼 공약도 대조적이다. 해리스의 대표 의제는 임신중지(낙태)권 등 재생산권(출산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 수호다. 서민과 중산층에 기회를 주고 트럼프의 파괴 위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수호하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트럼프는 높은 물가 같은 경제난과 불법 이민 급증 등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무능으로 집요하게 부각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때처럼 선거 이튿날 당장 승자 윤곽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전투표가 급증하며 우편투표도 많아졌는데 개봉, 분류, 서명 확인 등에 시간이 걸려 집계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접전으로 표 차이가 적을 경우 재검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우편투표가 늘었던 2020년 대선 당시에는 바이든 승리 선언까지 나흘이 걸렸다. 이번에도 빨라야 2, 3일 뒤에나 누가 이길지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지어 승패를 판가름 할 최종 개표 집계 완료까지 13일 이상 걸릴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