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대사관 "중국서 '간첩 혐의 구속' 한국인에 인권침해 없다고 이해"

입력
2024.11.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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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대사가 올해 3월 말 직접 영사 면회"
한중 간 협상 여부 함구... "공유할 내용 없다"
중국의 '한국인 무비자 정책'에는 "환영, 기대"

중국에서 반(反)간첩법 위반 혐의로 11개월간 구금돼 있는 한국인 A씨 상황에 대해 주중국 한국대사관이 '중국 측의 인권 침해 행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의 협상 여부 등 A씨 석방을 위한 한국 정부 차원의 구체적 움직임에 대해선 함구했다.

주중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4일 베이징에서 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만나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가 지난 3월 27일 (수감 중인) A씨를 직접 만나 영사 면회를 가졌다"며 "조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여부와 건강 상태 등을 중심으로 대화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A씨가 구금된 지 3개월쯤 지났을 때로, 대사관은 올해 9월까지 총 6회의 영사 면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사와 A씨의 대화 내용에 대해 대사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인권 침해는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구타나 가혹 행위 등이 없었다는 뜻"이라며 "중국 반간첩법이 우리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적 요소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선 당장 얘기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반간첩법 자체만으로도 인권 침해 성격이 있는지와 관련해선 명확한 판단을 보류한 것이다.

반도체업 종사자인 50대 교민 A씨는 지난해 12월 중국 현지에서 간첩죄로 체포됐고, 현재까지 구금돼 있다. 중국 당국은 A씨가 과거 근무했던 중국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중국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한국인이 구속된 첫 사례였다.

A씨 석방을 위한 한중 간 외교 협상에 대해서도 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공유할 내용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한국의 반중 여론 확산이 차후 중국 법원에서 이뤄질 A씨 재판에 불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법한 사법 절차에 따라 A씨를 구속했다'고 주장하는 중국으로선 이 사안을 외교적 협상 대상으로 다루기를 거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A씨의 딸도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국 측과 소통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는 게 대사관 측 입장"이라며 "한중 간 구체적인 대화 상황 등에 대해선 공유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지난 1일 "한국 등에 대해 한시적으로 무비자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대사관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정 대사는 4일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의 결정이) 한중 간 인적 교류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