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연설 대독에 여당서도 비판...배현진 "국민 앞에 엎드려야"

입력
2024.11.04 15:30
한덕수 총리, 시정연설 대독
대통령 불참, 11년 만 처음
여야 의원 SNS에 비판 올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설명하는 국회 시정연설에 불참하자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은 오늘 시정연설에 나왔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국민들께 송구하다"고 사과하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

배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최근의 각종 논란들이 불편하고 혹여 본회의장 내 야당의 조롱이나 야유가 걱정되더라도 새해 나라살림 계획을 밝히는 시정연설에 당당하게 참여했어야 한다"며 "국회는 민의의 전당, 국민의 전당이다.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passing·지나치거나 무시한다는 의미)하는 이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과 그를 설득하지 못하는 무력한 당의 모습이 오늘도 국민과 당원들 속을 날카롭게 긁어낸다"며 "국민들께 송구하고 면구스러울 뿐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제라도 우리 정부와 당은 국민 앞에 겸허하게 엎드려야 한다"며 "지난 총선부터 지금까지 국민들께서 끊임없이 주문하신 '국민에 대한 태도 변화'에 이제는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권리 침해", "협치 전통 산산조각"

국회의장과 야당 의원들은 SNS에 시정연설의 본래 취지를 설명하며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윤 대통령이 22대 국회 개원식에 이어 또다시 국회를 '패싱'한 데 대해 쓴소리를 냈다. 우 의장은 "시정연설은 정부가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예산 편성 기조와 주요 정책 방향을 국민께 직접 보고하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국정의 중요한 과정"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국회에 대한 존중이다. 국민적 인식이 그렇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의 권리 침해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수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이렇게 계속 국회를 경원시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 협력을 구하지 않으면서 국민이 위임한 국정운영의 책임을 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공천개입이라는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린 윤 대통령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만들어온 협치의 전통마저 산산조각 냈다"며 "앞으로 어떻게 삼권분립과 협력을 이야기할 수 있겠냐. 더 이상 국회엔 안 오겠다는 통보로 알아듣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참 쉬운 대통령', 너무나 무책임한 대통령이다"(김병주 민주당 의원), "국민은 '대통령이기를 포기한 선언'으로 받아들일 것"(허은아 개혁신당 의원) 등의 의견도 나왔다.

시정연설은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하는 연설로, 1988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는 취임 첫해만 대통령이 직접하고 나머지 해에는 총리가 대독했다. 그러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는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 11년 동안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2년 연속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았으나 올해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시정연설문을 대독했다.


윤한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