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개 식용 종식 사업을 비롯해 이른바 '김건희 예산'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지역사랑상품권, 재생에너지 등 이재명 대표가 공들여온 사업 예산은 대폭 증액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4일 정부가 제출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한국 경제를 갉아먹는 자멸 예산"이라 규정하며 대폭 손질을 예고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간담회에서 "세수 결손과 긴축 재정으로 한국 경제가 허덕이는 상황에서 정부는 상속세율 인하 등 '역행 예산'을 고수하고 있다"며 초부자 감세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가장 벼르고 있는 건 김건희 여사 관련 사업 예산이다. 김 여사가 관심을 기울였던 자살 예방 등 마음 건강 지원 사업 예산 7,900억 원과 개 식용 종식 관련 예산 3,500억 원이 주요 타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허영 의원은 "두 사업 모두 정부가 부실하게 설계한 탓에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개 식용 종식법'은 여야 모두 당론으로 추진해 통과시킨 법안이다. 이에 여당은 "민주당이 정쟁에 눈이 멀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에 대해 허 의원은 "폐업 지원 과정에서 대규모 불법 도축 가능성 등 우려가 크다"며 "제도적 미비점에도 갑작스레 많은 예산이 절차적 정당성 없이 확보된 데 대해 들여다볼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력기관 '특권' 예산도 전액 칼질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대통령실과 법무부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 및 업무추진비는 전액 삭감하고, 이외 부처도 절반 이상 일괄 감액에 나서겠다고 못 박았다. 진 정책위의장은 "검찰, 경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권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데 주력해온 기관에 주어지는 권력의 심기보전용 예산도 과감히 삭감하겠다"고 별렀다.
민주당이 증액을 공언한 예산은 주로 이재명 대표가 추진해온 사업에 집중됐다. 지역사랑상품권과 고등학교무상교육, 재난안전, 재생에너지, 저출생극복, 인공지능(AI) 등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법정시한을 지키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실 있는 심사"라며 "시한 때문에 예산안 심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 여야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