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의 12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감독이 "믿고 따라준 선수들 마음가짐이 우승 비결"이라며 공을 돌렸다. KIA가 지난해 부진했던 성적을 떨치고 올해 우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새로 부임한 이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감독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리더십 비결에 대한 질문을 받자 "현역 때 (팀에) 있으면서 선수들하고 잘 지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를 거쳐 2011년부터 8년간 KIA에서 3루를 책임졌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힘든 게 있으면 상의도 하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우리 야구에 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KIA 주장 나성범은 지난 3월 이 감독이 취임하자 "우승을 선물해 드리고 싶다"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이 감독도 "선수들이 정말 나를 도와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경기 당시 비화도 들려줬다. KIA의 에이스 투수 양현종을 격려하기 위해 뒤에서 껴안은('백허그') 사건에서였다. 지난 7월 17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승리 투수로 시합을 끝낼 가능성이 높았던 양현종은 감독의 지시에 따라 돌연 교체됐다. KIA가 점수를 앞서고 있긴 했지만, 위기 상황으로 판단한 이 감독이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었다. 이 감독은 실망한 듯한 양현종을 몸소 달래며 위로했다. 이 장면이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형님 리더십'의 대표 사례로 꼽혔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감독은 "현종이가 승리 투수 조건이어서 화가 났던 게 아니라, 타석의 선수와 승부욕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라며 "'네가 막을 수도 있지만 다른 선수가 막을 수도 있는 것이니, 같이 힘내자'고 얘기해 줬다"고 털어놨다. 당시 양현종도 이 감독에게 "승부를 그 전에 왜 못 끝냈을까, 이런 것에 화가 나서 그랬던 것이고 (마운드에서) 내려보냈다고 그런 게 절대 아니다"라며 "내일부터 파이팅하겠습니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KIA는 올 시즌 호성적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응원팀의 춤 '삐끼삐끼'도 만만찮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이주은 치어리더가 춘 '삐끼삐끼'가 높은 중독성으로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감독은 "춤이 마음에 들었는데 올 시즌에는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응원단이 또 하나 개발하면 내년 시즌엔 일찍 배워서 멋있게 춰보고 싶다"고 말했다.
KIA 타격코치 출신인 이 감독은 부임 첫해에 정규시즌 1위에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성과를 달성했다. KIA가 전임 감독과 단장의 비위 문제로 몸살을 앓던 중 '구원투수' 역할로 등판해 거둔 성적이어서 더욱 값졌다. '꽃범호'라는 그의 별명처럼 팬들은 "앞으로도 꽃길만 걸어라"라며 응원 중이다. 팬들 기대에 부응해 이 감독은 3일 KIA와 3년 동안 계약금 및 연봉 등 총 26억 원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이는 업계 최고 대우로 알려졌다. 1981년생인 이 감독은 현역 프로야구팀 감독 가운데 가장 젊다.
다만 이 감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작은 것 하나에 또 (팀 성적이) 중위권으로 밀릴 수 있다"며 "내년 시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경쟁 상대에 대해선 "내년에도 우승이 목표이기 때문에 2등으로 올라오는 팀이 라이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