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제철산단 노사, 8개월 장기 대립 끝 집중 교섭 돌입

입력
2024.11.04 15:49
'노조가 조합원 징계' 쟁점
노사 평화·독소조항 대립
4일부터 3일간 끝장 토론

8개월째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치 못한 채 대립하고 있는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전남동부경남서부지부(노조)와 광양제철산업단지 전문건설인협의회가 4일 교섭에 들어갔다. 하지만 광양시 노사민정협의회 중재로 시작된 이날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부터 사흘간 노사가 돌파구를 마련키 위한 '끝장 토론'을 벌인다. 노사 양측은 지난 4월부터 임단협에 착수했지만, 핵심 쟁점인 '52조 3항' 문제를 두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현장에서 추가 공수(시간 당 임금) 요구 및 작업중단 등 모든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한 경우 노동조합은 이를 즉각 중단시키고 정상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조합원의 선동으로 (부당 노동 행위가) 이뤄진 경우 노동조합이 해당 조합원을 징계 조치하고 그 결과를 회사에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사측은 최근 공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급한 현장에서 추가 임금을 요구하며 생떼를 부리는 관행이 늘어나고 있어 불가피한 조치라고 것.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가장 바쁜 시간대에 고의로 작업을 중단한 뒤 더 많은 임금 요구하는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사측은 해당 조항을 '평화 조항'이라 규정, 노조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임단협을 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반면 노조 측은 이를 '독소조항'으로 규정, "노동조합의 본질적 의미를 훼손한다"고 반발한다. 노동자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조합이 조합원의 근무 해태 등을 빌미로 징계할 경우 조합 당위성이 확보되지 않는 데다 부당노동행위가 적발된 경우 회사 사규로 처리하면 된다는 게 노조 측 설명이다. 문상호 노조 사무국장은 "사측이 극히 일부 사례를 전 조합원들의 잘못처럼 침소봉대한 뒤 독소 조항을 삽입하려 한다"며 "회사에서 이뤄진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징계하면 될 일이지 노조가 노조원 스스로를 징계하라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종희 광양제철산단 전문건설인협회장은 "사측에서 사규에 의해 부당 노동 행위를 일삼는 직원을 징계하고 싶어도 (이를 추진하면) 전 근로자들이 단체 행동에 돌입하는 식이어서 손을 댈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최근 전기강판 업계를 시작으로 바쁜 시기 추가 공기를 요구하는 관행이 크게 늘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 양측이 집중 교섭 기간에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광양시와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여수지청이 중재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양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사안은 지방 노동인권위원회에 넘어간다. 다만 양측은 최대한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다는 방침이어서 총파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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