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하면서 내년 시행 예정이던 법안이 폐기 수순에 접어들었다. 정부는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감행한 증권거래세(거래세) 인하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2년째 대규모 세수결손이 발생한 상황에 나라 곳간 구멍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금투세를 폐지해도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투자자 부담 완화 차원에서 거래세율은 계획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앞서 거래세율은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점진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2020년 유가증권 0.1%·코스닥 0.25%에서 올해까지 각기 0.03%·0.18%로 깎였고, 내년엔 0%·0.15%로 더 낮아질 예정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주식 5,000만 원·그 외 250만 원이 넘는 양도소득이 발생하면 20~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2020년 말 법안 통과 후 한 차례 유예돼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1월 폐지를 공언하면서 논의가 점화됐다. 4년간 혼란만 야기하다 결국 시행도 못 해보고 폐지되는 셈이다.
거래세 인하분을 금투세 부과로 메우려던 계획이 어긋나면서 세수 부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2021년 '금투세 도입의 세수 효과' 연구를 통해 연평균 약 1조7,000억 원이 더 걷힐 거라 예상했지만, 금투세 폐지로 해당 세수는 증발 예정이다. 2021년 10조3,000억 원에 달했던 거래세는 단계적 세율 인하 조치에 지난해 6조1,000억 원까지 감소했다.
금투세 폐지가 정부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자 예정처는 지난달 분석 보고서를 내 "자금 이탈 등 자본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것이나 정책 일관성·신뢰 저하 등 부작용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행을 전제로 인하되고 있는 거래세율,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대상 대주주 범위 등 관련 법안을 포괄해 금융세제 개선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거래세율 환원 등 세수 보전 필요성이 제기되나 기재부는 자본시장 규모 확대에 따른 선순환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 투자자 친화 정책으로 자금이 유입되면 기업 차입 비용이 낮아지고 경제가 활성화하기 때문에 법인세·소득세 등 세수가 늘어 재정을 충당할 수 있다는 논리다. 조용래 기재부 금융세제과장은 "현재로선 거래세율 인하 방침에 변화는 없으나 향후 논의를 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세수는 물론, 조세 체계 균형 차원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본시장 자금 유입 선순환으로 세수가 더 걷힐 거라는 건 검증이 어려운 정부 희망에 불과하고, 당장 세수 감소는 확실하다"며 "최소한 세수중립적 방향으로 거래세를 원상 복귀하거나 자산시장에서 다른 세원을 발굴하지 않으면 근로소득세 등으로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