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도록 한 사람에게 최대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가 양형기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친단 지적이 계속된 데 따른 조치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형위는 1일 135차 회의를 열고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안을 심의했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범죄 유형별로 감경·기본·가중 3단계로 분류된다. 양형위는 동물학대 범죄 관련 양형기준을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나누어 신설했다.
우선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기본적으로 징역 4개월에서 1년 또는 벌금 300만 원에서 1,200만 원을 선고할 수 있다. 감경 사유가 있을 경우 징역 8개월 이하 또는 벌금 100만 원에서 700만 원까지, 가중 사유가 있을 땐 징역 8개월에서 2년 또는 벌금 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 가중요소가 2개 이상일 경우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 또는 3,000만 원까지 선고가 가능해진다. 특별가중인자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 동물을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 △잔혹한 범행 수법 등이 포함됐다.
동물에게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경우에도 가중요소가 2개 이상이면 법정 최고형인 징역 2년 또는 2,000만 원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권고한다. 기본 양형기준은 징역 2~10개월 또는 벌금 100만~1,000만 원, 감경하면 징역 6월 이하 또는 500만 원까지, 가중하면 징역 4개월~1년 6개월 또는 벌금 300만~1,500만 원까지 권고한다.
그간 동물 살해·상해 범죄 등에 대해선 구체적 양형기준이 없어 대체로 낮은 형이 선고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양형위는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의 법정형, 그와 법정형이 동일한 다른 범죄들의 권고 형량범위, 양형실무, 동물복지와 동물의 생명권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 형량범위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또, 사기 범죄 양형기준안의 특별가중인자인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에 '보험사기 범행에서 의료·보험 전문직 종사자가 직무 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를 추가했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경우 비난 가능성이 더 큰 점을 고려한 것이다.
양형위는 향후 공청회와 의견조회 등을 거쳐 내년 3월 범죄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