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남산 곤돌라'가 서울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한국삭도공업)의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항고 절차를 밟겠다고 한 서울시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시는 항고심에서 △한국삭도공업의 영업 독점권에 대한 문제 제기 △환경에 미치는 적은 영향 등에 대해 더 강력히 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30일 서울행정법원의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결정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대한 항고를 준비 중이다. 재판부는 곤돌라 설치 적법성을 따지는 본안 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집행을 멈추라고 결정했다.
곤돌라를 조성하려면 남산에 높이 30m 이상 중간 지주(철근 기둥)를 설치해야 하는데, 시는 이를 위해 대상지 용도를 '도시자연공원'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으로 변경했다. 한국삭도공업은 이 과정에서 시가 도시자연공원구역 해지 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동국대, 숭의여대, 리라초 등 인근 학교 학습권 침해, 자연환경 훼손 우려 등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는 지난 9월 착공식까지 마쳤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자 난감해하는 기색이다. 특히 재판부가 "케이블카 운영사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고 인용 결정 이유를 밝힌 점에 대해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62년부터 60년 넘게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해 온 한국삭도공업의 독점권을 인정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한국삭도공업은 '가족기업'처럼 운영되면서 남산 케이블카 운영으로 1년에 100억 원가량의 수익을 내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소송이 한국삭도공업이 매출에 타격을 받지 않기 위해 곤돌라 착공을 최대한 방해·지연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공재인 남산을 사익을 위해 독점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1심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던 시 입장이 항고심에서 정확하게 실릴 수 있도록 소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본안 소송 확정 판결까지 나오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탓에 남산 곤돌라 공사의 차질은 불가피하다. 곤돌라는 2026년 봄 개장을 목표로 이달 정식 착공을 앞두고 있었다.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결정이 최종적으로 나야 용도변경과 관련된 본안 심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최악의 경우 2년가량 공사가 지체된다.
시는 25대의 곤돌라가 시간당 최대 1,600명을 태우고 명동역에서 200m 떨어진 남산예장공원 하부승강장과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을 오가는 남산 곤돌라 사업을 추진해왔다. 김중권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케이블카 사업 자체가 진입 장벽이 높고 특허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운영하던 기존 업체의 영업 독점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클 것"이라며 "1심에서 집행정지를 인용했다는 건 본안에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는 뜻을 내포하므로 서울시 입장에서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