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속옷, 음향기기에 숨겨... '마약과의 전쟁'에도 적발 24%↑

입력
2024.11.04 13:30
일평균 2건씩 국경단계서 마약 적발
수요 증가… "국경 차단, 국제공조 강화"

'차량부품, 음향기기, 압박속옷, 단백질파우더···.'

3분기 국경에서 적발된 마약이 숨겨져 있던 공간이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국내 수요가 증가하면서 갈수록 밀수 시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은 4일 1~9월 국경단계에서 총 623건의 마약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규모로 따지면 574㎏으로, 약 1,900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이다. 하루 평균 2건, 2.1㎏ 수준의 마약밀수를 차단한 셈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24%, 양은 16% 증가했다.

건수 증가는 마약류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 대마제품 등 건당 10g 이하 소량 마약을 여행자, 국제우편을 통해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소량 마약의 경우 본인이 직접 소비하기 위해 들여오려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조직이 유통 목적으로 시도하는 대량 밀수도 함께 늘면서 중량도 2022년부터 지속 증가해왔다. 9월까지 단속한 10㎏ 이상 대량 밀수는 15건으로 총 272㎏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건수는 200%, 중량은 330% 뛴 수치다.

적발된 마약 출발국 중에선 중량 기준으로 태국(110건·233㎏)과 미국(137건·110㎏)이 지난해에 이어 1, 2위를 차지했다. 주요 필로폰 생산지역인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 국경 밀림지역)', 멕시코 등과 인접한 데다 대마 합법화 지역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멕시코(2건·29㎏) △말레이시아(13건·26㎏) △캐나다(16건·25㎏) △네덜란드(26건·22㎏) 등이 뒤를 이었다. 적발된 주요 마약 품목은 △필로폰(122건·338㎏) △코카인(6건·62㎏) △대마(172건·46㎏) △케타민(51건·33㎏) 순이다.

한민 관세청 조사국장은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2만7,000명으로 급증한 상황으로 볼 때 국내 마약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반입 차단을 위해 국제우편·특송화물 정보분석팀을 24시간 운영, 첨단 신변검색기 확충 등 검사와 함께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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