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험업계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된 지 2년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새로운 체계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가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학계와 유관기관, 주요 보험사와 보험협회 등이 참여하는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개최하고 IFRS17 안착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우선 과열되고 있는 사업비 집행에 제동을 걸기로 했다. 지난해 사업비 집행은 전년 대비 4조9,000억 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신계약 증가분은 3조7,000억 원에 그쳤다. 전체 보험사가 지난해 거둔 수입보험료도 전년 대비 15조8,000억 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건전성 약화뿐 아니라 판매 과열에 따른 불완전판매와 유지율 하락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보험사 사업비 집행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과 감독을 지속할 예정이다. 현재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제재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규제가 되지 않는 점을 감안, 과도한 사업비 집행에 대한 제재도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 무책임한 수당 정책 관행도 근절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IFRS17을 보험사들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 가이드라인도 만들기로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과 같은 무·저해지보험 계약에 대한 위험액 판단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상품과 달리 해지 시 위험액이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아 수익성을 높이려는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해왔다. 새 가이드라인에 따라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가 많은 보험사들은 이 상품에 대한 해지 위험을 분리 산출하고 그 위험에 대한 요구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이로 인해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가 악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지만 금융당국은 실행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IFRS17이 고무줄식 회계가 아니라 보험사 실질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개별 회사의 비합리적·자의적 회계는 반드시 뿌리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