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 이어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까지 제패하며 전통적 여자 축구 강국의 위엄을 굳건히 했다.
북한은 4일 도미니카공화국 산토도밍고의 에스타디오 올림피코 펠릭스 산체스에서 열린 2024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과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북한은 스페인의 대회 3연패를 저지하고, 2016년 요르단 대회 이후 8년 만에 통산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9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에서 8년 만에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한 데 이은 엄청난 쾌거다. 스페인과의 상대전적도 직전까지는 스페인이 1승1무로 앞섰지만, 이날 경기 이후 1승1무1패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뿐만 아니다. 이날 승리로 북한은 2018년 우르과이 대회 8강에서 스페인에 승부차기로 패했던 아픔도 설욕했다. 당시에도 양팀은 전후반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돌입했지만, 해당 대회 승리의 여신은 스페인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을 꺾은 스페인은 4강에 올랐고,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스페인은 이후 2022년 인도 대회에서도 잇따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북한은 이날 경기에서 여러차례 위기를 맞으며 전반적으로 스페인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와 골키퍼의 선방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전반을 0-0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후반 16분 이미 여러차례 북한 골문을 두드렸던 스페인의 셀리아 세구라가 선제골을 넣었고, 북한 전일청이 3분 뒤 만회골을 성공시키며 위기를 넘겼다.
북한의 득점 장면에서 오프사이드 이슈가 있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스페인 수비의 발끝이 미세한 차이로 전일청의 발보다 앞서면서 오프사이드가 아닌 것으로 판정됐다. 이에 스페인은 이전 볼 경합 상황에서 북한이 파울을 범했다고 주장하며 VAR을 신청했지만, 심판진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후 양팀은 추가 득점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추가골은 터지지 않았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승부는 스페인의 3번째 키커 코멘다도르의 발에서 갈렸다. 코멘다도르의 슛이 골대 왼쪽으로 흘러 나간 반면, 북한의 3번째 키커 로운향은 골망을 흔들어 양팀의 희비가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