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회생' 결정할 전인대 개막... 재정 지출 규모 '미국 대선'도 변수

입력
2024.11.0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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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어렵다" 시장 회의감 깰지 주목
"최대 10조 위안 규모 재정 지원책 낼 것"
'무역전쟁 예고' 트럼프 당선 시 재정 규모↑

중국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확정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가 4일 개막했다. 올해 5%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시장 회의론을 깰 만한 수준의 재정 지원책이 나오느냐가 이번 전인대에 쏠린 물음이다. 미국 대선 결과가 재정 지원 규모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14기 전인대 상무위 제12차 회의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됐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중국 입법기관으로, 정부 예산안 의결권을 갖는다. 2개월마다 주요 법안과 예산안을 심의한다. 이번 전인대는 오는 8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번 전인대 상무위에 더 쏠리는 이유는 중국의 대형 재정 지출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올해 목표치인 5% 안팎에 미치지 못하는 4.6%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장기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9월부터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를 동시 인하하는 등 경기 부양 총력전에 나섰다. 이번 전인대 상무위가 승인할 국채 발행 규모가 4분기는 물론 내년도 중국 경제에 대한 시장 신뢰도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랴오민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지난달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내놓을 부양 정책은 소비 부진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규모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지방정부 부채 해결 예산 6조 위안을 포함해 총 10조 위안(약 1,930조 원)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승인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 200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내놓은 4조 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이 대규모 국채 발행을 결정한다고 해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진 극심한 소비 위축세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전인대 상무위가 통상 대략적인 재정 지원 규모를 산정해 놓고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지원 규모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자신이 당선될 경우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미중 무역전쟁 시즌2'를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중국 경제 신뢰도는 더욱 약화될 것이고, 중국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부양책 규모를 10~20% 확대할 것이라고 노무라증권은 내다봤다. 그간 10월 말에 열려온 전인대 상무위 일정을 11월로 늦춘 것 역시 미 대선 결과를 본 뒤 부양책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전인대 상무위가 결정한 예산 규모는 폐막일인 8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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