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 문단의 신인 중 김기태만큼 한국 대중문화의 약동하는 현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작가는 드물다. 그의 첫 소설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스마트폰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노트북에서 기계학습, 이모티콘에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 이르는 기술 혁신의 결과를 자주 언급한다.
작중 인물 목록은 대중음악계의 신데렐라 스타, K팝의 국제적 팬 그룹, 텔레비전 예능 프로의 출연자,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열람자,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애용자 등을 포함한다. 기술적으로 진전된 대중문화가 작중 세계의 넓은 영역을 차지하는 만큼 대중문화 마니아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흔히 ‘덕후’라고 불리는 마니아는 수록작 ‘세상의 모든 바다’에서는 한국의 아이돌 걸그룹을 좋아하는 일본인 청년과 한국인 소년으로, 또 다른 수록작 ‘로나, 우리의 별’에서는 여성 뮤지션의 이력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서술자로 등장한다.
덕후가 서술자로 나오는 작품은 물론 그렇지 않은 작품에서도 김기태는 정보 조합 서술이라는 특징을 종종 보인다. 그의 소설은 작중 인물의 주관적 의식의 풍부한 표상을 제공하는 일보다 누구에게나 명백한 것 같은 사실 또는 확실한 것 같은 지식을 재미있게 중개하는 일에 능하다.
회상이나 예상을 전달하는 경우, 김기태의 화법은 시간 속을 이동하는 인물의 마음에 집중하는 대신 연대기적 순서 위에서 공용 정보를 나열하는 경향이 있다. 그의 문체는 다분히 ‘저널리즘’적이다. 세간에 유행 중인 은어, 투어, 조어, 구호, 일상 용어, 행정 용어, 전문 용어를 포함한 온갖 종류의 말에 대해 포용적이고, 작중 인물로부터의 인용, 공적 보고 형식, 백과사전식 진술을 선호한다. 그의 소설이 대체로 독특한 개인에 관한 것이기보다 가명으로 댓글을 다는 대중에 관한 것임을 감안하면 그의 저널리즘 문체는 그럴 법하다.
김기태 소설의 대중은 종전 소설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그들은 첨단 통신 네트워크를 가진 문화 소비집단일 뿐 아니라 문화 소비를 통해 시장 내의 교환과는 다른 관계 맺기를 도모하는 사람들이다. ‘로나, 우리의 별’에서 자신을 포함한 로나의 팬들을 “우리”라고 부르는 서술자는 로나의 정당 창당 소식을 전하는 결말 대목에서 “우리”가 “동지”로 연대할 가망에 대해 말하고, 표제작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에서 통신 네트워크를 통해 “친한 사이”로 발전한 가난한 노동자 니콜라이와 진주는 인터넷을 통해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노래와 밈을 접한 것을 계기로 초국가적 계급 의식을 가지기 시작한다.
이 두 단편은 대중문화 네트워크가 사람들의 정치적, 도덕적 향상을 위한 자원을 제공한다는 생각을 표현한다. 그동안 한국이 정보통신기술 강국으로 성장했다면 그에 상응하여 새롭게 형성된 교양 청년 대중이 김기태의 소설을 통해 명랑한 형상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