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미국 대선이 초박빙 접전을 이어가면서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 수가 7,800만 명을 넘어섰다. 2020년 대선 당시 총 투표자 수(약 1억5,800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가 이미 투표를 마친 것이다. 유권자가 당원인지 여부를 공개하는 일부 주(州)들의 민주·공화당 당원 비율이 큰 차이 없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사전투표에서도 양당의 지지세가 팽팽히 맞서는 모양새다. 사전투표율이 치솟으면서 대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대 선거연구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사전투표자 수는 7,804만1,301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대선 등록 유권자 약 2억500만여 명의 3분의 1(38%) 이상이 사전투표를 마친 것이다. 사전투표 시간이 약간 남은 만큼 이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실상 비대면으로 치러진 2020년 대선을 제외하면 전례 없는 사전투표 열기다. 2016년 대선 때는 4,724만 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州)인 '러스트벨트'(북동부·중서부 쇠락한 공업지대) 미시간과 '선벨트'(일조량 많은 남부 지역)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사전투표율은 2020년 대선 사전투표율에 육박할 정도다.
민주·공화 양당 모두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는 결과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흑인 교회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방금 우편 투표 용지를 작성했다. 나는 투표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기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해야 한다”며 사전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같은 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사전투표에서 우리는 기록을 세웠다”며 “(대선 당일) 조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승리해야 한다"고 투표에 나설 것을 거듭 호소했다.
사전투표가 해리스와 트럼프 어느 쪽에 유리한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유권자의 당적을 공개하는 26개 주의 사전투표율은 민주당 37.9%, 공화당 36.0%였다.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초접전 양상이라는 얘기다.
우편 투표가 늘면서 올해 대선의 최종 승자는 선거 후 며칠 지나서야 가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편 투표의 경우 밀봉된 봉투를 열어 선거구별로 분류하고 유권자 서명을 확인하는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해 최종 선거 결과 집계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의 경우 선거 후 사흘째가 되도록 최종 승자를 가리지 못하다 나흘째 들어서야 '조 바이든 당선'으로 윤곽이 잡혔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선거가 초접전 양상이어서 최종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장 13일이 걸릴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