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성, 속옷 차림 시위하다 체포... '히잡 단속' 항의

입력
2024.11.04 11:00
20대 이란 여성, 속옷만 입은 채 시위
이란 당국 "정신 병력 있다" 구금
누리꾼들은 "여성의 의도적인 항의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20대 여성이 이슬람 복장 규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벌였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테헤란 이슬람아자드대학교에서 한 여성이 속옷만 착용한 채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경비원에게 체포됐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 대학생은 속옷 차림 시위를 하기 전 대학 내 도덕 경찰로부터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여성은 이에 항의하기 위해 속옷 차림으로 시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에 따르면 여대생은 이란 사법당국에 넘겨져 현재 구금되어 있다. 대학 측 대변인 아미르 마호브는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해당 여성이 심각한 정신적 압박 상태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과거 유사한 항의 시위가 있었을 때에도 이란 당국은 이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하고 해당 여성들을 정신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X에 이 여성의 영상을 게시한 한 누리꾼은 "이 학생은 부적절한 히잡 착용을 이유로 도덕 경찰의 괴롭힘을 받고도 물러서지 않았다"며 "속옷만 입은 몸으로 시위하며 캠퍼스를 행진했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 이란 지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 당국은 폭력적으로 체포된 대학생을 무조건 바로 풀어줘야 한다"며 "석방 전까지 당국은 그를 고문 등 학대하지 말아야 하고 가족 및 변호사와 접촉하는 것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란 여성들은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2022년 9월에는 쿠르드족 여성 이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체포됐다가 구금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미니 사망 이후 이란에서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사건 이후 이란 내에서는 여성들의 복장 규제에 대한 저항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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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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