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만의 최악의 홍수'로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스페인에서 국왕과 총리가 수해 현장을 찾았다가 시민들에게 봉변을 당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하며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발렌시아주(州) 파이포르타를 방문한 자리에서 수재민들에게 진흙을 맞는 등 봉변을 당했다. 주민들은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둘러싸고 "살인자들" "꺼지라" "수치스럽다"라고 욕설을 하면서 오물과 진흙을 던졌다.
경호원들이 급히 우산 등으로 보호조치를 취했으나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얼굴과 옷에 진흙을 맞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펠리페 6세와 레티시아 왕비는 주민들을 위로하려고 시도했지만 서둘러 방문을 종료, 이후 예정됐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했다. 스페인 왕실은 대중적 이미지를 크게 신경 쓰는 탓에 이 같은 소동은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당국의 뒤늦은 대응으로 참사가 커졌다고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페인 기상청이 지난달 29일 오전 적색경보를 발동했지만, 발렌시아 지방정부가 긴급 안전문자를 보내기까지는 12시간이 걸렸다. 경고 문자 내용도 "어떠한 종류의 이동을 피하라"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WP는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스페인 남동부에 기습 폭우가 쏟아져 3일까지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3,000여 가구는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최소 150명의 목숨을 앗아간 1973년 폭우 이래 스페인 최악의 홍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