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 지역균형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모든 계열에서 평균보다 높은 학점을 받고 학사 과정을 이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수도권 쏠림 해소를 위해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 대학에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온 가운데 이런 발상의 정책적 효과를 뒷받침할 만한 결과인 셈이다.
3일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균형 선발전형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대 학부 졸업생 중 지역균형 전형 출신의 평균 졸업 평점은 3.67점(4.3점 만점)으로, 같은 시기 전체 졸업생 평균 평점(3.61점)보다 높았다. 서울대 지역균형 전형은 일부 신입생을 사실상 지역 비례에 따라 선발하는 제도로, 2005학년도부터 수시 모집에서 시행되고 있고 2023학년도엔 정시 모집에도 도입됐다.
지역균형 출신 학생들의 졸업평점이 평균보다 높은 경향은 각 계열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예체능계열이 지역균형 출신 학생 평균(3.92점)과 전체 학생 평균(3.60점)의 차이가 0.32점으로 가장 컸고, 이어 의학계열이 0.10점(지역균형 3.4점, 전체 3.31점), 인문사회계열 0.04점(지역균형 3.82점, 전체 3.78점), 자연과학계열 0.04점(지역균형 3.62점, 전체 3.58점), 공학계열 0.02점(지역균형 3.50점, 전체 3.48점) 순이었다.
입학 직후 학업성취도에서도 지역균형 출신 학생들은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서울대는 매년 신입생 영어·수학 성취도를 측정해 상대적으로 하위 그룹인 학생들에게 기초영어·기초수학 과목을 수강하도록 하는데, 기초영어 수강생 229명 중 지역균형 출신은 11명(4.8%)에 그쳤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3,670명 중 지역균형 출신이 628명(17.1%)인 점을 고려하면 낮은 비율이다. 기초수학은 수강생 146명 중 지역균형 출신이 25명(17.1%)으로 전체 신입생 대비 지역균형 출신 비율과 같았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의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을 제안했다. 각 대학이 신입생 전원을 지역별 학령인구 비율을 반영해 선발하되 선발 기준 등을 자유롭게 정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서강대 특별강연에서 "지방 학생이 전체의 84%, 서울 학생이 16%"라며 "대학에서 지방 학생을 80%가량 뽑으면 수도권 집중을 바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의 지역균형 선발 비율은 2020년 18.3%에서 올해 17.1%로 감소했다. 심지어 지역균형 선발 인원 중 인천·경기 등 수도권 출신 학생 비율이 2020년 51.6%에서 올해 61.5%로 늘어났다. 서울대는 지역별 비례선발제 도입 여부에 대한 백 의원의 질의에 "현행 모든 대입 전형을 전환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지역균형 전형을 통해 우수한 학생들에게 고른 기회를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과도한 입시경쟁 때문에 수도권 집중, 사교육비 증가, 교육 격차, 사회 양극화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오죽하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넘어 교육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 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확대해 교육기회 격차를 줄일 방안을 마련하는 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