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정부 판단과 달리 소비 상태를 보여주는 여러 지표는 감소세가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소비 수준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3분기까지 2년 6개월 연속 줄어들어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0.7(2020년=100)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1.9%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2022년 2분기(-0.2%)부터 꺾이기 시작한 이후 10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이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장기간이다.
소비 감소세는 내구재(전년 동기비 -0.4%)와 준내구재(-4.7%), 비내구재(-1.6%)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다. 내구재는 승용차·가구 등 1년 이상 사용 가능한 고가 제품, 준내구재는 옷·신발처럼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저가인 상품, 비내구재는 1년 미만으로 쓰는 품목을 말한다.
소비 둔화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3분기 백화점 판매액은 전국 8개 지역에서 2분기째 모두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이 2개 분기 연속 줄어든 건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대형 소매점 판매액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과 인천을 제외한 15곳에서 모두 감소했다.
소비 정도를 측정하는 다른 축인 서비스업 생산도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3분기 서비스업생산지수는 116.2(2020년=100)로 작년 동기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분기(0.7%) 이후 14개 분기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특히 내수와 직결되는 도소매업 생산은 작년 2분기(-1.1%)를 시작으로 올해 3분기(-2.1%)까지 6개 분기 연속 감소세고, 숙박·음식업은 작년 2분기(-2.0%)부터 올해 3분기(-1.9%)까지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반년째 ‘내수 회복 조짐’ 진단을 고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8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 호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 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 속에 부문별 속도 차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전망은 어둡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째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경기 회복 국면이 아니라는 방증”이라며 “정부는 수출 회복 온기가 내수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지만 낙관이었고, 반도체 순환 주기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수출 회복세마저 이어지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