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나흘 앞두고 러시아 측이 각종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승패를 좌우할 핵심 경합주(州)에서 '부적격 유권자들이 불법 투표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가짜 동영상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에서 퍼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과 연방수사국(FBI), 사이버인프라보안국(CISA)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 측 행위자들이 최근 아이티 출신이라고 주장하며 조지아주의 여러 카운티에서 불법적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을 날조한 동영상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영상은 '알파 폭스'라는 이름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왔다. 6개월 전 미국에 도착해 시민권을 얻었다는 아이티 이민자가 조지아주 내 다수의 카운티에서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복수 투표를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이 이민자는 여러 장의 운전면허증을 보여주면서 "모든 아이티인들은 미국으로 오라"고도 말한다. 공화당 측 인사도 공유하는 등 영상은 널리 퍼졌고, 조회수 수십만 건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대선 사기' 주장을 부추기려는 러시아의 가짜 영상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오는 5일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승리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질 경우 불복 시위·난동 등 혼란을 일으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영상은 조지아주 브래드 라펜스퍼거 총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삭제된 상태다.
미 정보당국들은 또 민주당 측 한 인사가 연예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허위 주장을 담은 영상도 러시아 행위자들이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러시아의 활동은 미국 선거의 신뢰성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미국인들의 분열을 부추기려는 러시아 정부의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선 최대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의 주요 카운티에서는 투표용지가 찢어지는 장면을 담은 영상도 온라인에서 확산된 바 있다. 미 정보당국은 이 역시 러시아 측 제작물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펜실베이니아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사기를 기소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