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유산취득세 전환' 본격 시동… '부자감세' 논란 불식 관건

입력
2024.11.0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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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조세 전문가 모아 토론회 개최
법안 개편 공식화… 내년 초 국회 제출
똑같은 10억 받아도 유산세 세액 많아
전문가들 "응능부담, 공평과세 효과적"

정부가 유산세 방식인 현행 상속세제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조세 전문가를 비롯한 각계 의견을 수렴, 이르면 내년 상반기 유산취득세 전환 취지의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유산취득세 방식이 과세 부담을 완화하는 만큼, 이른바 '부자감세' 논란을 불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1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한국세법학회와 '유산취득 과세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세와 달리, 유산취득세는 상속인들이 각자 물려받는 재산에 부과한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유산세는 과세가 용이하다는 행정적 특성에서 운영돼온 측면이 있는데, 유산취득세가 납세 의무자 특성을 직접 반영할 수 있어 공평하고 부의 집중 완화에 효과적"이라며 "법률·과세적 측면의 긴밀한 검토가 필요한 때"라고 제도 개편 논의를 공식화했다. 유산세는 1950년 상속·증여세법 제정 이래 70여 년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응능부담, 공평과세의 원칙상 유산취득세가 합리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예컨대 유산 10억 원을 외동이 상속받을 때와 50억 원을 형제 5명이 나눠 받을 때, 한 명이 받는 재산은 똑같이 10억 원이다. 그러나 유산세 체제에서는 전자는 2억4,000만 원, 후자 형제들은 한 명당 4억800만 원씩 최종 세액을 내야 한다. 얼마를 받느냐와 관계없이 전체 상속재산 10억 원, 50억 원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율 구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성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피상속인 유산이 기준이라 본인이 상속받는 재산만이 아닌 제3자의 사전증여재산까지 합산해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점도 문제"라며 "기업 성장, 기부문화 진작에도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손톱깎이 업체 '쓰리쎄븐(777)' 창업주가 생전 회사 임직원들에게 나눠준 370억 원 상당 주식까지 포함해 상속재산 총액이 불어나면서, 약 15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마련할 수 없었던 유족들이 결국 회사를 매각하게 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상속인 특성에 따른 인적 공제 효과가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됐다. 류연호 삼정KPMG 변호사는 "유산세는 장애 등 특정 상속인 속성에 따른 공제가 모든 상속인에게 적용되는데, 유산취득세는 개별 상속인의 특성을 고려해 공제된다"고 설명했다. 상속세를 과세하는 24개 국가 중 유산세 방식은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 4개국만이 채택하고 있다.

유산취득세 도입 시 세 부담을 줄이려 재산을 고루 분배하게 돼 상속인들 분배 불평등이 완화되고, 상속재산에 소비 여력이 높아져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단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고액상속자 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감세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자감세가 아닌 정상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기대효과를 위해 중산층 이하에서 상속세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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