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본 한국대사관이 재일동포 기업인 서갑호(1915~1976) 방림방적 회장의 애국심을 기리기 위해 11월 1일을 '서갑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기로 했다. 서 회장은 일본 수도 도쿄의 노른자 땅인 현 대사관 부지를 한국 정부에 기증한 인물로, 재일동포들의 애국심 증진과 한일 관계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날 도쿄 미나토구 대사관에서 '서갑호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올해 대사관의 공식 기념일로 처음 지정됐고, 매년 11월 1일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서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주일 한국대표부가 일본 땅에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군이 제공한 사무실을 쓰던 주일 한국대표부는 1951년 이후 임차료를 낼 처지가 못 돼 길바닥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했다. 이때 서 회장이 현 대사관 부지와 건물을 한국 정부에 기증하면서 터를 잡을 수 있었다.
해당 부지는 당초 일본 귀족인 마쓰가타 가문이 소유했던 곳이다. 1951년 10월 매물로 나오자 서 회장이 4,200만 엔(현재 환율 기준 약 3억8,000만 원)을 들여 매입한 뒤, 한국 정부에 무상 대여했다. 매입을 위해 빌린 돈을 모두 상환한 다음, 1962년 11월 1일 한국 정부에 정식 기증했다.
1915년 3월 경남 울산에서 태어난 서 회장은 14세 때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사카모토방적 등 여러 섬유회사를 세워 사업 규모를 키웠고, 한때 '일본에서 소득세를 가장 많이 내는 사업가'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다. 1963년 해외동포로는 처음으로 고국에 거액의 외자를 투자해 방림방적을 설립했다.
서 회장은 남다른 애국심과 한국 섬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78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박철희 주일대사는 "서갑호의 날 지정을 계기로 미래 세대가 서 회장의 숭고한 정신과 애국심을 계승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