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혈액제제로 처음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GC녹십자의 신약 '알리글로'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따라 GC녹십자의 실적도 한 단계 도약할 전망이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가 개발한 알리글로는 미국 주요 보험사 3곳의 처방집에 등재됐다. 미국 의료 시장은 여러 보험사를 통해 등록된 의약품을 중심으로 환자에게 처방되는 특징이 있어 광범위한 판매를 위해서는 다양한 보험사, 보험사와 연관된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의 처방 목록에 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FDA의 허가를 받은 지난해 12월 이후 현재까지 알리글로는 미국 내 주요 보험사로 꼽히는 시그나 헬스케어,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에 등재됐다. 의약품구매대행사(GPO)까지 포함하면 미국 내 사보험 가입자의 약 80%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로, 당초 GC녹십자가 세운 미국 진출 초기 목표 수준에 부합한다.
알리글로는 지난 7월 첫 출하 이후 9월부터 환자 투여가 시작됐다. 이후 현재까지 2~4차의 후속 물량 출하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GC녹십자는 전문 약국과의 협력 관계를 늘려가며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알리글로 출하 효과는 곧바로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발표된 GC녹십자의 올 3분기 매출은 4,649억 원, 영업이익은 496억 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5.8%, 20.8% 증가했다. 알리글로의 생산 확대에 더해 높은 수익률로 미국 시장에 판매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조6,266억 원으로 역성장했던 연간 매출이 올해는 6.1% 증가한 1조7,263억 원으로 반등할 거란 예상(에프앤가이드 시장 전망치 기준)이 나온다.
알리글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물질을 인식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체의 일종인 면역글로불린을 면역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환자의 정맥으로 주사하는 약이다.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공법으로 제조해 불순물을 최소화한 게 강점이라고 GC녹십자는 강조했다.
글로벌 혈액제제 조사기관(MRB)에 따르면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2030년 130억 달러(약 17조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GC녹십자는 오는 2028년까지 알리글로 매출을 3억 달러(약 4,100억 원)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는 “알리글로는 국산 바이오의약품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며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치료 선택지 확장과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