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가 외친 '아파트', 어떻게 신드롬 주역 됐나

입력
2024.11.04 21:43
로제, 첫 솔로 정규 선공개곡 '아파트'로 글로벌 메가 히트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국적 요소-팝 스타일 전개 갖춘 중독적 멜로디 유효

그룹 블랙핑크 로제가 제대로 일을 냈다. 첫 솔로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선공개한 싱글 '아파트(APT.)'의 세계적인 인기가 날이 갈수록 몸집을 불리고 있다. 발매 이후 벌써 보름여가 지났음에도 곡의 인기는 매섭게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아파트'는 로제가 다음 달 6일 정식 컴백을 앞두고 발매한 선공개 싱글이다. 앞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를 떠난 로제는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세계적인 레코드 레이블 애틀랜틱 레코드와 레이블 계약을 체결하며 홀로서기를 예고했던 바, 이번 앨범은 그가 YG를 떠나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발매 전부터 국내외 음악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같은 시기 YG를 떠나 각자 개인 활동을 위한 새 둥지를 찾은 블랙핑크 멤버 리사와 제니가 이미 솔로곡을 발매한 상황에서 신곡을 발매하게 된 만큼 로제의 어깨는 꽤나 무거웠다. 앞서 솔로 싱글 앨범 'R'과 타이틀 곡 '온 더 그라운드'로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바 있지만, YG를 떠나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정규인데다 앞으로 그가 나아갈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결과물인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로제는 첫 솔로 정규 앨범에 앞서 선공개 곡을 공개하며 분위기를 예열했다. 그리고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선공개 싱글 '아파트'가 공개 직후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 음악 시장에서 '메가 히트'곡으로 떠오른 것이다.

'아파트'의 전략은 확실했다. K팝 대표 걸그룹으로 이미 입지를 굳힌 블랙핑크 멤버인 로제와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만남과, 1981년 발매된 세계적인 인기곡 '헤이 미키'를 인터폴레이션해 탄생한 팝 스타일의 멜로디, 한국의 술게임에서 착안해 신선함을 더한 중독적 후렴구로 '필승 전략'을 짰다. 익숙함과 신선함, 팝 스타들의 만남을 통한 화제성까지 갖춘 '아파트'가 메가 히트의 길에 올라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파트'는 공개 이후 각종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 여성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미국 스포티파이 1위, 글로벌 스포티파이 톱 송 차트 1위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 100'에서는 4위로 진입하며 K팝 여성 아티스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8위로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는 K팝 여성 아티스트 최고 기록이자 한 자릿수로 해당 차트에 데뷔한 최초의 기록이다. 유튜브 조회 수 역시 공개 11일 만에 2억 뷰를 가뿐히 넘어서며 적수 없는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의 인기 역시 압도적이다. '아파트'는 공개 직후 국내 음원 차트 정상을 점령한 뒤 지금까지 굳건하게 '톱100'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드래곤·제니·에스파·데이식스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솔로곡으로 차트 정상을 꿰찼다는 점은 실로 인상적이다. 현재 로제가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앞서 솔로곡을 발매한 블랙핑크 멤버 리사·제니와 비교했을 때도 압도적인 수준이다.

'아파트'가 이토록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파트'는 소재적으로 '술게임'이라는 지극히 한국적인 요소를 가져왔지만 실직적으로 노래, 멜로디 자체는 팝 음악에 훨씬 가까운 곡이다. 미국 레이블 소속 인력들이 제작한 곡이다 보니 팝적인 색깔이 상당히 많이 묻어났다고 본다"라며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면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미국은 시작 단계부터 K팝의 요소들을 글로벌 시장에 어떻게 접목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적 부분이 있지만 팝적인 느낌을 갖춘 곡이 탄생했고, 그 속에서 보편적인 파괴력이 생긴 것"이라고 바라봤다.

'아파트'의 뜨거운 인기는 단순히 로제 개인의 행보 뿐만 아니라 꾸준히 '세계화'를 겨냥하고 있는 K팝 시장에도 유의미한 선례가 됐다. 국한된 의미의 K팝을 넘어 K팝, 혹은 K팝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보다 확장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새 방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 역시 "로제가 '아파트'를 통해 팝스타와 K팝 스타의 간극을 좁혀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실질적으로는 '아파트'의 메가 히트가 K팝 시장이 미국 팝 시장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제작 시스템을 접목하긴 하지만, 미국 현지의 제작사가 K팝이나 성공한 K팝 가수들을 영입해서 글로벌하게 같이 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큰 의미를 떠나 로제 개인의 커리어적 측면에서도 '아파트'의 성공은 상당히 유의미한 분기점이다. 로제는 다음 달 6일 첫 솔로 정규 앨범 '로지(rosie)' 발매를 앞둔 바, '아파트'에서 기인한 글로벌 시장의 기대감은 해당 앨범의 순항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앞서 리사와 제니가 국내보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의 활로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솔로 신곡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로제는 미국 시장의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국내 음악 시장을 겨냥한 정서를 적절하게 가미하면서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솔로 로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굳게 각인시켰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홍혜민 기자